[술술 읽는 삼국지](마지막회) 에필로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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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을 통일한 진나라 사마염. 출처=예슝(葉雄) 화백

삼국을 통일한 진나라 사마염. 출처=예슝(葉雄) 화백

천하대세는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갈라지고, 갈라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진다고 했습니다. 위·촉·오로 나뉘었던 삼국은 다시 사마씨의 진나라로 통일되었습니다. 소설 삼국지는 사마염의 통일로 끝을 맺습니다.

서예가 무산 윤인구의 삼국지 드라마 휘호. 사진 허우범 작가

서예가 무산 윤인구의 삼국지 드라마 휘호. 사진 허우범 작가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천 팔백년이 지난 오늘도 『삼국연의』의 인기는 시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도 쉬지 않고 새로운 분야의 삼국지 문화를 일궈내고 있습니다. 서적뿐만 아니라 만화와 게임, 영화와 드라마까지 장악했습니다. 삼국지가 이토록 오랫동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난세를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행동지침이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는 위나라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유비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하는 촉한이 주축입니다. 그런데 연의의 모본(母本)인 『삼국지평화』의 시작 장면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강동은 오 땅이고 촉 땅은 사천인데     江東吳土蜀地川
영특 용감한 조조가 중원을 차지했네    曹操英勇占中原
천하를 나눈 것은 세 사람이 아니라     不是三人分天下
한 고조가 참수한 원한들의 응보라네    來報高祖斬首寃

삼국은 세 사람이 나눈 것이 아니라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이 죽인 원혼들이 토해낸 응보라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어지는 내용을 요약하면, 한신, 팽월, 영포는 불량배나 다름없는 유방을 황제 자리에 앉히고 한나라를 건국한 일등공신들입니다. 그런데 모두 유방에게 참수당했습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 된 것입니다. 이들의 원혼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사마상여가 이를 취합하여 옥황상제에게 올렸습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세 원혼에 대하여 조칙을 내리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한 고조는 그 공신들에게 빚을 진만큼 세 사람에게 한나라 천하를 나누어주되, 한신에게는 중원을 주어 조조가 되게 하고, 팽월에게는 사천의 유비가 되게 하며, 영포에게는 강동을 주어 손권이 되게 하라. 한 고조는 허창에 태어나 헌제가 되고 여후는 복황후가 되게 하라. 조조에게는 천시(天時)를 차지하여 헌제를 감금하고 복황후를 죽여 원수를 갚게 하라. 손권에게는 많은 산과 물을 차지하게 하라. 유비에게는 인화를 주도록 하되, 용맹한 관우와 장비를 얻지만 계략을 도모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괴철을 제갈씨로 태어나게 하여 군신이 천하를 일으키고 서천의 익주에 도읍을 정하게 하라. 그곳에서 약 오십 년 동안 황제가 될지어다. 중상은 인간세계에 사마씨로 태어나 삼국을 다시 병합하고 천하를 통일토록 하라’

유방과 여후에게 억울하게 죽은 한신, 팽월, 영포가 조조, 유비, 손권으로 환생하여 헌제와 복황후로 환생한 유방과 여후에게 복수를 하는 것으로 꾸며졌습니다. 진시황 이후 한나라 건국을 다룬 『초한지』의 주인공들이 한나라 멸망 이후를 다룬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인간 세상의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을 환기시켜 백성들을 교화시키려고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연의는 역사서와는 다르게 유비의 촉한을 정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살펴본 바 있는 모종강은 촉한정통론의 선두주자입니다. 삼국연의가 명대의 나관중을 거쳐 청대의 모종강으로 정착했을 때에는 『초한지』의 영향은 없어졌을 테지만, 삼국연의의 시작이 바로 한나라의 복수전이었다는 것을 모종강은 정녕 몰랐을까요.

중국 CCTV에서 2010년에 제작한 95부작 드라마 삼국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습니다. 훌륭한 드라마답게 주제곡도 의미심장합니다. 본 연재를 시작할 때 연의의 서사(序詞)를 살펴보았는데, 오늘은 드라마에서의 엔딩 송을 살펴보며 저의 술술 삼국지도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大夢方覺 山川依舊             긴 꿈 깨고 나니 산천은 그대로인데
古戰場上 軌度春秋             옛 전장터엔 숱한 역사만 지나갔구나.
路没有頭 情不能收             길은 아득하고 인정은 맺을 수 없으니
檢點平生志未酬                일평생 진력해도 뜻을 이룰 수 없음에랴.
青梅煮酒要把話兒說透         매실주 한 병 있어 그대와 대작하나니
天下英雄誰是敵手              천하의 영웅이여, 어느 누가 적수이런가.
烈火飛舟 你必须回頭           불빛 반짝이며 날아가는 배, 그대 반드시 돌아오리니
江東子弟也風流                강동의 자제들이여, 풍류를 아시는가?
不是空也不是有                비운 것도 아니요 채운 것도 아니어라.
一縷英魂到永久                한 줄기 영웅의 혼백 영원무궁하리니
不是去也不是留                떠난 것도 아니요 머문 것도 아니어라.
往來在人間 與天地同壽        인간사 오갈 뿐 세상과 함께 살아가리라
與天地同壽                     세상과 함께 살아가리라

장강 풍정. 사진 허우범 작가

장강 풍정. 사진 허우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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