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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시설 타격? 본토 공습? 이스라엘 '고통스러운 보복'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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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이란에 '역내 더 큰 전쟁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고통스러운(painful) 보복'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보복의 수위와 방식을 놓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시설 공격 ▶이란 내 군사 시설 공격 ▶친이란 세력 공격 등을 이스라엘 측이 검토할만한 보복 조치라고 본다. 일부에선 이스라엘이 향후 보다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보복 조치를 늦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5일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건물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보인다. 이스라엘은 지난 13~14일 자국에 미사일과 드론을 날린 이란에 보복 공격을 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건물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보인다. 이스라엘은 지난 13~14일 자국에 미사일과 드론을 날린 이란에 보복 공격을 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핵시설 공격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큰 요소로 보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란 인력과 기반시설을 공격한 적이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런 과거 사례를 지적하면서 이스라엘의 일부 강경파 인사들이 사상 처음으로 자국 영토를 공격한 상황을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중동 전문가 노먼 룰도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제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레드라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 내에서 향후 어느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이 실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원자력기구가 지난 2019년 11월 5일에 공개한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의 원심분리기 기계 모습. AP=연합뉴스

이란원자력기구가 지난 2019년 11월 5일에 공개한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의 원심분리기 기계 모습. AP=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핵시설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5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의 국제 외교 분야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중부 자그로스 산맥의 산 중턱에 깊이 파묻혀 있다. 미국이 보유한 초대형 벙커버스터도 뚫을 수 없을 정도라서 공격이 성공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 시나리오는 전면전 촉발 가능성이 높아 이스라엘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 확전 우려로 이란 공습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 노력을 지지했던 아랍 국가들의 입장이 바뀔 수 있고,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후티 반군 등이 더욱 치열하게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고 FP는 진단했다.

FP는 특히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 전쟁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나리오는 미국을 화나게 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은 가장 큰 후원자를 잃을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내 군사 시설 공격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묘사한 광고판이 걸려있다. 발리아스르 광장은 테헤란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교차로 중 하나로, 주로 반미, 애국 등과 같은 정치·군사적인 주제로 그린 대형 그림이 걸린다. AFP=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묘사한 광고판이 걸려있다. 발리아스르 광장은 테헤란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교차로 중 하나로, 주로 반미, 애국 등과 같은 정치·군사적인 주제로 그린 대형 그림이 걸린다. AFP=연합뉴스

핵시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란 내 군사시설인 무기 저장고와 이란 혁명수비대(IRGC) 본부 등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또한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주도한 IRGC의 공군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준장 등 고위급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FP는 전했다.

이 시나리오 역시 양국 간의 확전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도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IRGC 고위급 지휘관 등을 사망한 데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작전이 실패 위험성도 크다. 프랭크 맥켄지 전 미국 중부 사령관은 "이란은 지금 고도의 경계 태세에 돌입한 상태라 지도자들은 벙커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유 산업이 이란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만큼 석유 기반 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책임자인 시마 샤인은 "광범위한 이스라엘 정보를 바탕으로 이란 내 미리 선택된 군사 목표물에 대한 타격 가능성이 높다"면서 "(확전 피하기 위해) 이란의 민간 및 경제 지역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사이버 공격, 드론 제조 현장 공격 등 배후를 드러내지 않고 공격하는 '그림자 전쟁' 방식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가디언은 "이란은 이러한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비판하는 순간 자국 영토 등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친이란 세력 공격 

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 1월 9일 레바논 키르베트 실렘에서 열린 헤즈볼라 정예 라드완군 사령관 장례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 1월 9일 레바논 키르베트 실렘에서 열린 헤즈볼라 정예 라드완군 사령관 장례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해 낮은 수준의 대응으로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을 공격할 수도 있다.

FP는 특히 헤즈볼라를 두고 "이란과 가장 가깝고 중요한 대리 세력"이라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고강도 군사 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15일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관련 시설을 집중적으로 폭격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다만 이 역시 확전 위험은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다니엘 바이먼 선임연구원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보다 훨씬 잘 훈련되고 무기가 많은 헤즈볼라가 전면전을 결정한다면 확전이 돼 이스라엘군의 손실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 내 강경파들이 소극적 대응으로 여겨 불만을 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파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보복 조치 연기

이란 이스라엘 무력 충돌 상황 그래픽 이미지.

이란 이스라엘 무력 충돌 상황 그래픽 이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보복 조치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미국 근동정책연구소의 에후드 야리 연구원은 "이스라엘로서는 대응은 하지만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이 언젠가는 이란에 대해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보복 조치를 연기하는 양보안을 선택한다면, 이란에 대한 추가 국제 제재와 반(反)이란 동맹을 공식화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얻어내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NYT는 1991년 걸프전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매파 이츠하크 샤미르 이스라엘 총리는 미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제력을 발휘했다. 결국 중동 평화 조약과 국제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디 소머 텔아비브대·뉴욕시립대 정치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1991년 선례는 오늘날에도 적용된다"면서 "절제된 군사적 대응은 이스라엘이 세계 무대에서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미국 및 주변 아랍국들과의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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