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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내분 격화…임현택 차기회장 "비대위원장 재신임 투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비대위가 정부와 물밑 협상을 한다고 호도하지 말라”며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을 겨냥한 입장문을 냈다. 임 당선인은 김택우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전 회원을 대상으로 재신임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비대위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의협회장 인수위 측에서 ‘회장 당선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갑자기 언론에 내보냈다”면서 “당선인은 내부 회의에서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외부 언론에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비대위의 이날 입장은 하루 전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비대위는 9일 기자회견에서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발언을 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임 당선인을 향해 “인수위와 당선인이 비대위가 마치 정부와 물밑 협상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험한 표현까지 하며 비대위를 공격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대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정부와의 물밑 협상을 통해 사태를 졸속으로 마무리하려 한다는 선동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협상에 나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 회원이 참여하는 행동의 시작과 끝은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비대위는 오는 30일까지로 예정된 김택우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다면서 “인수위와 당선인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구성은 의협 대의원회의 권한이며, 비대위원장이나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라는 게 비대위 입장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왼쪽)이 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천주교수원교구청을 찾아 이용훈(마티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왼쪽)이 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천주교수원교구청을 찾아 이용훈(마티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임 당선인은 “내일 당장, 이번 주 안으로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사임하라”고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전 회원 대상 총회를 열고 김 비대위원장을 재신임 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의협 비대위의 주요 결정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 당선인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면서 “내부 회의, 단체 대화방에서 이런 중요한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의 내부 갈등으로 당초 총선 이후로 예정됐던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은 사실상 취소된 상태다. 다음 달 1일 임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면 향후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물러설 때까진 안 된다 식이면 사태 해결이 어렵다. 의료계가 빨리 요구안을 가지고 정부와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정 갈등에 의료계 내분까지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 속에서 중증·희소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다음 달 4일까지 국민 동의 청원을 진행해 국회에 의료공백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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