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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첫 전기차 출시, 1분만에 1만대 불티…베이징이 웃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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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小米)의 전기차가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샤오미가 만든 첫 번째 전기차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면서, 이를 의식한 여러 전기차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하를 선언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北京) 시가 샤오미 전기차의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샤오미 전기차가 레이쥔(雷軍) 회장이 전부를 건 프로젝트였다면, 베이징시는 전기차 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샤오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SU7 주문 폭주, 중국판 ‘타이칸’ 

샤오미?전기차?SU7

샤오미?전기차?SU7

3월 28일, 샤오미 전기차 SU7이 출시됐다. SU7은 순수 전기차로, 샤오미의 하이퍼OS(Xiaomi HyperOS)를 탑재했다. 이날 레이쥔 회장은 SU7 모델의 시작가가 일반형은 21만 5900만 위안(약 4000만 원), 프로(Pro) 모델과 맥스(Max) 모델은 각각 24만 5900위안(약 4500만 원)과 29만 9900위안(약 5500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샤오미의 첫 번째 전기차 SU7은 출시 직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고 사양 맥스 모델의 경우, 주행거리 최대 800km, 최고 시속 265km,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8초로 포르쉐 타이칸에 필적하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관도 타이칸과 닮아 중국판 타이칸, ‘샤이칸’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기대 이상의 사양에 주문이 폭주했다. 출시 1분 만에 1만 대, 24시간 만에 약 9만 대가 팔려나갔다. 샤오미 전기차 SU7에 대한 관심에 샤오미 전기차 판매 대리점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SU7의 인기에 샤오미의 주가도 한때 15% 급등하기도 했다.

전기차 흐름 놓친 베이징, 샤오미로 반격 노려 

현지 업계에서는 베이징시가 SU7의 시장 반응에 샤오미 못지않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자동차 도시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베이징시가 샤오미 전기차를 통해 왕년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자동차 산업은 베이징시의 지주 산업 중 하나이다. 한때 베이징시 제조업의 5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베이징시의 자동차 산업은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대세인 전기차 산업에서 베이징은 여타 도시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 도시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신에너지 차 생산량 TOP 10 도시는 선전(深圳), 상하이(上海), 시안(西安), 허페이(合肥), 창사(長沙), 창저우(常州), 광저우(廣州), 충칭(重慶), 류저우(柳州), 정저우(鄭州) 순으로, 베이징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앞서 베이징 자동차 산업은 베이치그룹(北汽集團, BAIC)이 이끌어 왔다. 베이치의 발전은 베이징시 자동차 산업 발전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베이치가 전기차 경쟁에서 밀리면서, 베이징시는 또 다른 ‘동반자’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업체 리샹(理想, 리오토)의 본사와 공장도 베이징에 있지만,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하는 MEGA 모델은 판매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베이징은 후발주자 샤오미와 손잡고 전기차 도시로 탈바꿈하려 하는 것이다.

‘후발주자’ 샤오미와 베이징의 만남 

샤오미 자동차 공장

샤오미 자동차 공장

샤오미는 지난 2021년 3월 전기차 생산을 선언했다. 명백히 늦은 출발이었고, 자동차 산업 자체에 처음 뛰어드는 샤오미로서는 ‘속도전’이 관건이었다. 첫째로, 자동차 생산 허가를 받아야 했고, 둘째로, 공장을 빨리 지어야 했다.

초기, 샤오미는 기존 공장을 인수해서 시간을 절약하려 했으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레이쥔은 공장 부지로 베이징을 선택했다. 베이징은 샤오미 그룹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베이징시가 샤오미 자동차의 자격 획득과 공장 건설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모두 갖춘 도시였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샤오미는 중국 발전개혁위원회(發改委, 발개위)로부터 자동차 생산 자격을 허가받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베이징시가 특별 비준의 방식으로 샤오미를 허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7년 이후 발개위가 4번째로 비준한 사례인 것만 봐도, 샤오미의 자격 획득에 베이징시 정부의 공이 작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공장 건설에서도, 베이징시는 공장 부지 선정, 환경 심사 평가 등에서 샤오미를 지원했다. 샤오미 자동차 공장은 지난 2022년 4월 착공 후 이듬해 6월에 준공돼, 2024년 상반기 정식 양산 돌입이라는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했다.

3월 28일, SU7 발표회에서 샤오미 레이쥔 회장은 베이징시에 특별히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베이징시의 지원이 없었다면, 3년 내 자동차를 출시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거라는 얘기였다.

샤오미?전기차?SU7

샤오미?전기차?SU7

샤오미 레이쥔은 전기차 생산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SU7을 선보였다. 100억 위안(약 1조 85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하고, 3400명의 엔지니어가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 베이징시가 있었던 셈이다.

한편, 샤오미 전기차 SU7은 출시 후 시승 차량의 사고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행 중 갑자기 균형을 잃고 도로의 연석을 들이받거나, 이상한 소리가 난다, 빗물이 샌다는 등의 제보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샤오미 측은 고객의 운전 미숙, 브레이크에 돌이 끼어서 난 소리, 물이 많은 지역을 운전했을 때 물자국이 남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지 네티즌들은 이런 사고가 한 번이 아니라며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출시된 샤오미 전기차는 이제 소비자의 실제 사용 후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전기차에 사활을 건 샤오미는 진정한 전기차 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샤오미와 손잡고 자동차 도시의 위상을 되찾고자 하는 베이징시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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