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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필리핀의 포위 전략에 중국이 손 뻗은 나라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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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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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직설적이다. 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 서유럽 우방국들과 연합 전선을 펴며 세 방향에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무역 전쟁을 걸어 더 직접적으로 중국을 공격했다. 상대 왕(KING)만 잡으면 끝나는 체스 게임의 전략을 연상케 한다. 이번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이런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상대적 국력이 열세인 중국은 이런 미국에 노골적으로 맞싸움을 걸지 않는다. 세계 지도를 바둑판 삼아 끊임없이 집을 쌓아가며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려 한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과거 이곳을 식민 지배를 했던 유럽 선진국들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각종 인프라가 아프리카에 건설돼왔고 무역 부문의 영향력은 최고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위안화를 준비자산통화로 사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 나라의 광물자원을 독점 계약했다.

미국의 뒷마당이었던 중남미에서도 몇몇 국가들은 대중국 무역량이 미국의 무역량을 추월했다. 예전 S&P 분석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반토막 날 시 가장 피해를 볼 국가로 칠레를 꼽았고 6번째가 브라질, 9번째가 아르헨티나였다. 근래엔 코로나19 백신 외교로, 또 현지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중동에선 지난해 지역 대국이자 사실상 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 정상화를 주선해 주목을 받았다. 파키스탄과 미얀마,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일대일로 등을 매개로 절대적 영향력을 쌓아왔다.

지금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는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다. 

면적과 인구, 보유 자원 등에서 지역 최대국이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승리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 중국에 도착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했다고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2일 밝혔다.

프라보워는 대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낙선 후보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현재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현직 국방장관이자 대통령 당선 미확정 상태인 그를 중국으로 불러 시 주석이 만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도 프라보워가 카운터파트인 둥쥔 국방부장만 만날 예정이었지만, 시진핑이 초청해 그와 리창 총리까지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라보워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국방 협력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라며 "중국과 방위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생산적인 대화 관계를 구축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은 프라보워를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칭하며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지역 해양 안보 유지를 위한 양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이 동남아 해양 안보를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이 손을 잡고 남중국해에서 강력한 '중국 포위작전'을 구축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달 중 미·일·필리핀 3국이 정상회의를 열어 남중국해에서 공동 해군 순찰을 실시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합의를 맺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3국 주도의 '남중국해 포위 작전'에 구멍을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이끌어 온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전통의 비동맹 외교 노선을 유지하면서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투자국이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사업과 니켈 제련소 등 천연자원 하방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프라보워가 중국 방문 후 곧바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을 찾았다는 점이다. 미리 예정된 방문일정일 수 있지만 향후 프라보워의 행보와 중국의 대응이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또 한 나라가 있다. 남아시아의 섬나라 몰디브다. 현재 심각한 식수난을 겪는 몰디브에 중국이 티베트 지역에서 생산된 생수 1500t을 전달했다고 몰디브 현지 매체가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몰디브는 강원도 태백시와 비슷한 면적의 작은 나라지만 인도양 무역항로상 중요한 위치에 자리해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인도는 이 나라를 두고 영향력 확대 경쟁을 벌여 왔다.

몰디브관광청

몰디브관광청

중국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을 지난 1월 베이징에 초청해 약 20건의 협정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양국 간 군사 지원 협정까지 맺었다. 그 직후 생수 1500t이 제공된 것이다.

무이주 대통령은 자국에 주둔한 인도 병력의 철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철수가 진행 중이다. 무이주는 취임한 지 반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티베트는 그간 인권 문제로 국제적 비난을 여러 차례 받아와 중국에겐 민감한 지역이다. 한 국가라도 더 중국에 대한 지지가 필요한 입장이다. 한편으로 티베트 생수는 중국 정부가 상업적으로 띄우고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티베트 생수 개발에 대한 공식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고 티베트 정부인 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는 ‘티베트 천연식수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번 티베트 생수의 몰디브 공급이 생수 수출을 위한 마케팅 차원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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