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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에 단돈 1만원…동호인 213% 급증한 '파크골프'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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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도개면 낙동강변 구미도개파크골프장. 평일 낮인데도 라운딩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50대부터 80대까지 100여명쯤 되는 이들은 3~4명씩 팀을 이뤄 경기에 열중했다. 파크골프장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었다. 이곳을 비롯해 구미지역 3개 파크골프장은 허가 절차 등을 마치고 지난달 개장했다. 구미시는 경북에서 가장 많은 7곳 225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도 필드 가득 찬 파크골프장 

도개파크골프장에서 만난 김숙희(50)씨는 “일반 골프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려면 수백만원이 들어가 부담되지만 파크골프는 채와 공 하나면 준비가 끝난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도 지키고 재미도 느낄 수 있어 파크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김정석 기자

전국에 파크 골프 붐이 일고 있다.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골프장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비용이 싼 데다 비교적 간단한 장비만으로 즐길 수 있어 노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파크골프(park golf)’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 나무 채와 플라스틱 공만 있으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파크골프는 한 홀 길이가 40∼100m로 일반 골프(200m 이상)보다 짧다. 요금은 18홀 경기에 1만원 이내다. 1984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시작됐고, 한국엔 2004년 서울 여의도 한강에 9홀 규모로 처음 들어섰다.

파크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전국 파크골프 회원은 2020년말 4만5478명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4만2664명으로 3년 만에 213.8% 급증했다. 처음에는 노년층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장년층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파크골프 회원 3년새 218% 급증  

골프장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따르면 2019년 전국 226곳이었던 파크골프장은 현재 398곳으로 늘었다. 시·도별로는 경북 62곳, 경남 60곳, 경기 43곳, 전남·강원 36곳, 충남 26곳, 전북 22곳, 충북 18곳 순이다.

지난 1월 12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북한강변 파크골프장에서 핀란드에서 온 산타와 엘프가 지역 어린이들과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

지난 1월 12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북한강변 파크골프장에서 핀란드에서 온 산타와 엘프가 지역 어린이들과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

파크골프장 추가 조성에 나선 지자체도 많다. 전남도는 내년 7월까지 파크골프장 50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시도 금호강변 부지에 파크골프장 4곳(총 108홀)을 신설하고 2곳은 확장할 예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파크골프장 증설을 약속한 후보도 많다. 전남도 관계자는 “고령층 인구가 많으니 시군에서 증설 예산 지원요청이 많다"라며 "파크골프는 적당히 걷고 친목도 다질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했다.

파크골프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인구가 2만2800여 명인 강원 화천군은 2021년부터 전국 규모 파크골프 대회를 연간 4차례 열고 있다. 화천군 파크골프장 3곳에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6만7775명, 지난해엔 47만3945명이 방문했다. 화천군은 앞으로 사내면과 간동면에 각각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화천군 관계자는 "파크골프대회 참가자들이 지역 특산품을 사고, 음식점 등을 이용하는 등 지역경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위천파크골프장에서 개막한 '제1회 대통령기 전국파크골프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주최하고 대구시파크골프협회가 주관한 이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8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뉴스1

지난달 15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위천파크골프장에서 개막한 '제1회 대통령기 전국파크골프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주최하고 대구시파크골프협회가 주관한 이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8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뉴스1

대학에는 파크골프 관련 학과가 생겼다. 대구 영진전문대학교는 2022년 전국 최초로 ‘파크골프경영과’를 신설해 올해 첫 졸업생 21명을 배출했다.

너도나도 조성에…환경훼손 우려도 

반면 난개발·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로 하천변에 조성되기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고 홍수에 취약해진다는 지적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하천 둔치는 야생 동식물엔 꼭 필요한 생태 공간”이라며 “파크골프장이 필요하다면 하천 밖에 지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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