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술 못받은 암환자 살려달라 연락…정부·의사 귀 닫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지면서 환자단체들은 의대증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환자단체들과 만나 환자와 가족이 겪고 있는 불편에 대해 사과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복지부-환자단체 간담회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복지부-환자단체 간담회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환자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에서 열린 조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남아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 세 단체가 참여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지금 남아있는 전공의나 돌아오고 싶은 전공의들에 대해 외부에서 압박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런 것들을 챙겨줄 수 있는 방안들이 없는지 문의했다”고 말했다.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들이 참여하는 의·정 협의체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의료대란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원론적 주장보다 조속한 합의를 하길 바란다”며 “필요한 경우 정부, 의료계, 중증환자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정부와 의료계가 각자 입장만 되풀이하는 사이 정작 환자 목소리를 낼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재학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에서 환자들의 아픔은 별로 안 보인다”라면서 “의료 정책은 환자 중심이어야 하는데 양측 모두 환자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계·정부가 강대강 대치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목소리를 어떻게 내겠냐”며 “치료받을 때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환자단체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환자단체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대표는 “한 뇌종양 환자는 지난해 12월 1차 수술을 받고 2차 수술받기로 한 일주일 직전 이번 사태로 수술 일정이 취소됐다”면서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수술을 받지 못했는데, 병원에선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도 수술을 못 받는 대구의 한 간암 환자가 ‘살려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환자들의 절규를 양측 모두 귀 닫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교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현장을 떠났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고 있어 못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교수들이 안 떠날 거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알 수가 없다”면서 “환자들은 불확실성에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은 이날 윤 대통령과 박단 비대위원장의 만남이 전해지자 기대감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반가운 소식. 협상이 되지 않더라도 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정부든 의료계든 누가 물꼬를 틔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일단 의료 현장의 정상화가 환자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환자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단체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환자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단체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혼란이 계속됨에 따라, 중증·응급 환자, 가족들께서 겪는 불편과 불안이 지속해 대단히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정부는 더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즉각 마련하겠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커지지 않게 의료계와의 대화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