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그 줄 확실합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델=홍보대사 ''프레인'' 임직원

"우리 회사는 너무 정치적이야!"
틈만 나면 툴툴대는 당신, 아직 멀었다.
"줄 잘 서는 게 장땡이지."
뭐 좀 아는 것 같은 당신, 자살골 넣기 십상이다.
연말 인사가 코앞인 지금, 딱 능력만큼만 인정받고픈 당신에게 꼭 필요한 '체험적 사내정치 필승론'.

글=이나리 기자<windy@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 '정치적 행동은 현실' 인정하라

정치적 행동은 성적 관심과 비슷하다고들 한다. 누구나 생각은 있지만 대놓고 말하긴 껄끄러워 한다. 남이 하면 아부요 음모이지만 내가 하면 의사 소통, 전략 개발이다. 미국의 오피스 폴리틱스(office politics) 컨설턴트인 머리 매킨타이어는 "정치적 행동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그저 삶의 현실"이라고 했다.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개인과 조직을 불협화음 없이 성공으로 이끄는 매우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 기업에서 탁월한 정치력과 상황인식 능력을 업무 능력 못지않게 중시하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유능하다는 건 뭘 의미할까. "영향력이 있다는 거죠. 직위 고하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남을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한 삼성그룹 전직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같은 과장급이라도 자신의 기획안이 우선순위에 올라가도록 만들 줄 아는 이가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찾게 되고, 큰 변화가 닥쳐와도 어떻게든 살아남죠."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씨는 "먼저 세상은 공평치 않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난 부당하게 당했다"며 노상 불만인 사람을 좋아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래서 영리한 이들은 공평함이 아니라 영향력에 관심을 쏟는다. "처음 임원이 돼 새 지역에 부임했을 때 사장과 그의 정부인 비서로부터 노골적인 이지메를 당했습니다. 미쳐 버릴 것 같았지만 곧 '누구도 흠 잡을 수 없는 성과를 내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죠. 영업 1위를 달성한 직후 고위층으로부터 '이제부터 당신이 부사장'이란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라클사 최초의 한국인 상임이사를 지낸 조길선씨의 말이다.

# 실력은 기본… 평판에 목숨 걸어라

평판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것이다. SK텔레콤의 한 팀장은 "옆 부서 팀장이 나를 두고 '그 친구 참 열심이다, 그런데 건강관리가 안 되더라'는 말을 했다는 소릴 듣고 뜨끔했다"고 했다. "아주 사소한 부정적 의견이 나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란다.

정치적으로 유능한 사람은 감정을 통제할 줄 안다. 고수들은 ▲의도를 감추고 ▲상대보다 멍청하게 보이며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고 ▲생각은 달라도 행동은 다른 사람과 같이 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포커페이스가 되란 말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에서라면 지나친 정치 성향은 오히려 독이다. LG그룹의 한 CEO는 "줄서기는 곧 파멸"이라고 말한다. "윗사람은 계속 바뀝니다. 그래서 전 '지금 이 상사'에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줄이 아니라 멘토를 잡은 거죠." '가장 큰 고통을 준 이로부터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적이야말로 나의 약한 고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내정치에도 윤리는 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챙겨선 안 된다. 이기적이고 비열한 행동은 비슷한 유의 공격을 부른다. 이미 인심 잃은 당신에게 원군은 없다. 사내정치에서의 현실적 기준은 놀랍게도 도덕적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