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사업으로 북과 깊은 연관/박경윤씨는 어떤 인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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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주가 고향… 미국서 대학 나와
「조선금강산국제무역개발회사 총사장(회장)」 「중외여행사 대표」 「금강산국제항공회사 사장」 등 여러 가지 직함을 갖고 있는 「수수께끼의 여인」 박경윤씨는 스스로 본지와의 기자회견을 자청,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같은 업체들을 거느린 「금강산 국제그룹」은 북한 최초의 1백% 외자기업이지만 박씨는 58년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다.
그는 서울에서의 소문처럼 「이화여대 출신」이 아니라 오클라호마대(경영학 전공)를 졸업,줄곧 미 로스앤젤레스지역에서 사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1백60㎝ 정도의 보통키에 분명하고 강한 어조의 말씨를 갖고 있다.
박씨의 고향은 충북 청주. 4년 전 사별한 남편의 산소가 청주 부근에 있으나 자신이 북한과 사업을 벌인 이후,한국 출입이 어려워져 성묘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씨는 북한의 사업으로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고 묻자 『한푼도 못 벌었다』며 『경영능력이 제로』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여러 가지 합작사업을 하고 있는 등 북한 요인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씨는 「금강산국제무역개발회사」는 지난 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이 계기가 되어 만들었다고 그 동기를 밝히고 자신은 어디까지나 사업가이나 『민족의식·통일의식만은 남달리 강하다』고 통일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펴보였다.
박씨는 지금까지 기자들과 인터뷰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으나 이번 「남한 쌀의 북한 인수」 사건으로 자신의 진심이 잘못 전달된 데 큰 비애를 느꼈다며 진상을 밝히고 싶다고 기자회견 자청의 이유를 말했다.
박씨는 자신은 「사랑의 선물」을 북한에 전달하고 싶다는 재미교포들의 뜻에 동감,협조한 데 불과할 뿐 한국 기독교 단체 특히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가 어떤 단체이며 한국에서 얼마나 성금을 모았는지는 알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과적으로 「어떤 개인의 명예욕」이나 「정치적 저의」에 의해 이번 일이 폭로됨으로써 남북한간에 계속 교류를 추진하려던 자신의 뜻이 무산되었다고 말했다.<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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