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銀 확 바꾸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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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론스타가 인수대금을 납입하자마자 은행장을 교체한 데 대해 금융계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강원 전 행장이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등에서 성과를 낸 데다 론스타와의 인수협상을 직접 담당한 인물이어서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 및 구조조정, 경영계획 변경 등 외환은행을 확 뒤집기 위해 행장을 교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칼라일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신동혁(현 은행연합회장) 전 행장을 퇴진시키고 씨티은행 출신인 하영구 행장을 영입한 점을 들어 론스타 역시 철저한 수익 위주의 미국식 경영을 위해 행장을 교체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칼라일과 마찬가지로 은행을 경영해 본 적이 없는 론스타로서는 '코드'가 맞는 외국계 은행 출신을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환은행장 후보로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외환은행 출신인 장병구 수협 금융부문 대표와 함께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토드 버지 일본 도쿄스타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노조 등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매입 자금 10억 달러를 외환은행이 아닌 외국계 은행 창구에서 환전한 사실에 대해 "대주주로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환(外換)에 약해진 외환은행=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면서 미국 내 외환은행 영업망이 대폭 축소된다. 은행업이 주업무가 아닌 회사의 자회사나 손자회사가 미국에서 은행업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미국 법규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이에 따라 시카고지점과 뉴욕 브로드웨이지점을 철수하고 현지법인인 퍼시픽유니언뱅크의 지분(62.5%)도 일부 팔기로 했다.

론스타는 지분 인수 때 향후 경영방향에 대해 고소득층에 대한 소매영업을 강화하고 중소기업부문에서 핵심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외환은행이 매킨지로부터 받은 컨설팅 내용과 비슷하다.

이달용 행장 직무대행은 여기에 덧붙여 창구업무 강화, 후선업무 개선, 여신관리 제고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외환은행의 경영방향이 어떻게 변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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