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개각」 김만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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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말·연초·2월중 세갈래 추측/노 실장 소련 안가고 「바깥」 접촉/총리물망 10여명… 50대 기용설도 돌아
정기국회가 끝나자 11월말부터 나돌던 개각설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정작 청와대에선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노태우 대통령도 그 동안 방소 등 외치에 신경쓰느라 개각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개각을 시사할 만한 냄새가 나고 있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느낌이다. 우선 노 대통령 방소 공식수행원에 포함됐다가 빠져 서울에 남았던 노재봉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방소기간 중 소리 안 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내각 쪽에선 강영훈 국무총리가 이미 사임의사를 노 대통령에게 표명한 상태고 재임 2년 이상의 몇몇 장관들이 스스로 개각 대상이라며 짐쌀 준비를 공공연히하고 있다.
○…개각시기에 대해선 연말설과 1월초설 그리고 내년 1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인 2월 중순설 등 세 가지가 나돌고 있다.
연말설은 노 대통령의 방소와 정기국회가 끝났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을 위한 내각개편의 타이밍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개편은 내각을 포함,청와대 수석비서관·안기부장 등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통치구상과 직결되어 있어 인선준비상 연말은 너무 촉박하다는 분석이다.
또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연말까지의 경제·사회안정에 대한 평가와 책임규명 차원에서 본다면 연말보다는 내년초로 넘기는 게 순리라는 얘기가 있다.
연초설은 개정정부조직법이 발효되는 시점이 1월1일이라고 통일원 장관의 부총리 승격 등 새로 고려할 사항이 있는만큼 1월4,5일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시작을 91년으로 볼 때 새 기분으로 새 출발한다는 의미도 있어 가장 그럴 듯한 시점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1월9일 예정인 가이후 일본 총리의 방한 이후 1월2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 이전에 정부개편을 단행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이 1월10일 전후로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연두회견에는 당연히 전 각료가 배석한다.
2월 중순설은 1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안기부법 개정 등 민주화작업을 마무리 짓고 노 대통령 취임 3주년(2월25일)에 맞춰 새 출발을 하는 게 더 좋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3월말로 예정된 지자제선거에 대비키 위해선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느냐는 것과 너무 오래 끌면 쓸데없는 잡음이 날 것이라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같은 세 가지 설 이외에 최근 노 대통령이 그때그때 해당각료를 경질하는 인사 스타일에 비추어 전면개각보다는 2단계로 나누어 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우선 연말에 부적격·무능력 각료를 경질하고 연초에 총리를 포함한 장수 각료를 개편한다는 것.
여하튼 청와대 쪽에서는 어떤 경우가 되든 노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도록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이번주 들어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청와대 한 당국자는 『이미 노 대통령 머리 속에 집권 후반기 구도가 그려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개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기습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개각의 대상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자리는 강영훈 국무총리의 유임여부와 누가 후임에 발탁될 것이냐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강 총리의 강직성·청렴성과 남북총리회담에서 보여주었던 뛰어난 능력을 높이 평가해 유임 쪽을 한때 생각했으나 강 총리 자신이 명예제대 의사를 강력히 밝혀 총리교체는 점점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후임엔 이원경 주일 대사·박동진 주미 대사·박태준 민자당 최고위원 ·최광수 전 외무장관·김준엽 전 고대 총장·고흥문 전 신민당 최고위원 등이 거명되고 있으나 거의 근거없는 추측단계다. 오히려 집권 후반기의 강력한 통치기반 확립을 위해 50대의 능력있는 인사가 들어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제기되고 있는데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될 것이냐는 노 대통령이 「얼굴총리」를 원하느냐,일을 하기 위한 「돌격총리」를 원하느냐에 달려있다. 돌격총리의 경우 최영철 노동장관·노재봉 비서실장·서동권 안기부장·이춘구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각료 중에는 88년 12·5개각 당시 강 총리와 함께 입각한 최호중 외무·정원식 문교·최영철 노동·최병렬 공보처 장관 및 이상연 보훈처장 등 장수장관과 부총리로 승격되는 홍성철 통일원 장관이 1차 경질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 동안 정책수행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경제각료와 C·J 장관 등이 바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일담당 부총리에는 노재봉 대통령비서실장,이홍구 정치특보가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고 박철언 전 정무장관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외무장관에는 최 장관의 유임설 속에 이홍구 대통령 정치특보와 현직 대사인 이상옥·오재희씨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번 개편에는 내각 쪽뿐 아니라 안기부장·서울시장과 함께 청와대비서진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노창희 의전수석과 이수정 공보수석이 이미 노 대통령에게 거취에 대한 의사표시를 했고 최창윤 정무수석도 포함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서동권 안기부장은 노 대통령의 신임이 높아 일단 유임가능성이 많으나 김기춘 전 검찰총장이 후임으로 거명되고 있고 고건 서울시장 후임에는 민자당 쪽에서 선택될 것이라는 이야기.
노재봉 비서실장이 내각 쪽으로 갈 경우 후임에는 최병렬 공보처 장관이나 최영철 노동부 장관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고 정무수석에는 민자당의 S 의원 등이 유력시된다.<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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