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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참신한 액션물 "가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6년 후인 97년 중국귀속이 예정된 홍콩사회에는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그 불안감의 한 반영으로 홍콩영화계는 짙은 허무주의와 비애를 깐 비극적인 결말의 영화를 양산하고 있다.
청소년층을 주관객으로 한 이들 영화는 우정이니 의리 등속의 1차적 결속 감을 기본 축으로 설정하고 그 결속 감이 위협받을 때 그에 대한 반발로 외부를 향해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특징으로 삼는다.
이 폭력성이 청소년들의 공격본능을 부추긴다 해서 홍콩영화에 대한 시비와 비난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쨌든 세계 영화 시장에서 홍콩영화가 오락영화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할리우드영화가 SFX와 액션을 주축으로 삼아 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나 액션신만을 따로 떼어놓고 볼 때 홍콩이 할리우드를 능가한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홍콩영화가 특히 한국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70년대이래 한국영화가 소품 위주의 애정물로 일관해 왔고 그 액션 부재의 공백을 홍콩영화가 치고 들어와 청소년층을 팬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상영이 끝난 『장군의 아들』이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이유도 이 영화가 임권택이란 널리 알려진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괜찮게 만들어진 액션영화였기 때문이다.
『장군의 아들』이 상영되는 극장 안을 꽉 채운 청소년들이 주인공역인 박상민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날 때마다 일제히 환호하며 플래시를 터뜨려 댄 사실은 그 동안 한국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그들 나름의 「활극의 우상」에 목말라 있었나 웅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액션영화가 확실히 재기할 경우 현재의 국내 영화 시장 규모를 적어도 50% 가까이 신장시킬 수 있다는 게 영화계의 희망 섞인 관측이다.
국산 액션 영화가 다시 자리잡을 때까지 이러한 상업성 짙은 홍콩영화가 대목 극장가의 일정부분을 계속 차지할 듯하고 올 연말에도 세편의 홍콩영화가 걸려있다.
『무적행운성』 『경천12시』 『아비정전』등이 그것들로 『무적행운성』은 올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주성치를 앞세운 영화다.
『도성』이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주성치는 이른바 액션 코미디에 능한 배우로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상표인 코믹한 몸가짐과 함께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음모를 종횡 무진한 액션으로 무찌른다.
유덕화·알란탐이 주연한 『경천12시』는 국제테러조직의 테러에 우연히 말려든 유덕화가 수사관인 알란탐과 함께 특수 혈액을 구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액션 극으로 케이블카가 공중 분해되는 등의 호쾌한 영화다.
『아비정전』역시 유덕화·장국영·양조위 등을 내세워 필리핀 등지를 오가며 남자들의 우정·배신·사랑 등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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