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뉴라이트, 유신까지 찬양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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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뉴라이트 단체 교과서포럼이 오늘 공개하는 한국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에 과거 군부 독재정권을 찬양하고 민주화 운동을 폄하한 내용이 많다고 한다.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표기하면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통치 집단 등장'으로 의미 부여했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인 유신 체제는 '국가의 집행 능력을 크게 높인 체제'로 미화하고,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전 정권은'발전 국가를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반독재 투쟁을 성공시킨 4.19 혁명은 학생운동으로 격하하면서 '좌파가 학생 운동권을 장악한 시기'로 이념화했다. 우리는 이 교과서의 역사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본다.

현재 학교에서 사용하는 근현대사 교과서 가운데 일부 내용은 친북 좌편향적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까지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과서포럼은 이에 맞서 우파적 시각에서 근현대사를 보자는 취지에서 새 교과서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역사를 또 다른 각도에서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과거 정권의 산업화 실적만 높이 사고, 심지어 쿠데타와 독재정치를 찬양하면서 민주화 운동은 깎아내리는 것이 제대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인가.

역사는 항상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100% 잘한 정권도 없고 반대의 경우도 없다. 역사적 평가란 그런 가운데서도 어떤 역사적 임무를 수행했느냐를 보는 것이다. 산업화를 시킨 것을 기리기 위해 정치적으로 독재를 한 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독재는 잘못한 것이다. 비록 그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혹시 있다 하더라도 역사는 그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기술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일수록 공정성.객관성이 더욱 요구된다. 좌파 편향의 교과서 문제가 바로 편향성에 있다. 좌파의 역사 인식을 비판한다고 해서 반동적으로 유신까지 정당화한다면 누가 뉴라이트 운동을 지지하겠는가. 누구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이념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