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없는 자백에 “찜찜”/윤군 화성 살인 진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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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문 다른데다 혈흔도 못찾아내/공소유지 위해선 보강수사 필요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아홉번째 희생자 김모양(14·여중 1) 사건의 범인으로 단정하고 있는 윤모군(19·A악기 공원)은 과연 진범인가.
경찰은 윤군이 ▲범행과정을 상세히 자백했으며 ▲혈액형 또한 범인의 혈액형으로 추정되는 B형이고 ▲사건현장 주변에 살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범인으로 단정하고 있으나 뚜렷한 물증이 없는 자백뿐이어서 공소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특히 윤군이 범행현장 부근인 원바리 고개에서 수차례 성폭행을 했고 김양을 살해할 당시 흉기를 사용한 부분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김양의 도시락을 여는 과정 등 범행당시 정황을 정확히 진술했다는 점 등을 들어 범인이 틀림없는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같은 윤군의 자백이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양 도시락에서 채취한 지문과 윤군 지문이 일치하지 않고 ▲윤군 집에서 확보한 신발과 옷에서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장갑은 끼지않고 범행했다고 밝혔으나 김양 책가방속 노트 등에서 윤군 지문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으로 볼때 과연 윤군이 진범인가라는 의문을 낳고 있다.
경찰은 윤군이 김양의 가슴을 그을때 사용했다는 연필깎기 칼을 증거물로 압수했으나 이 연필깎기 칼에서 전혀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으며,감식 관계자들은 김양 가슴에 생긴 상흔은 연필깎기 칼이 아닌 다른 예리한 흉기로 그은 상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윤군의 자백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을 경우 공소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낸 윤군 체모에 대한 정밀감식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체모감식마저 실패할 경우 윤군을 진범으로 단정할 물증확보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수사결과에 대해 공식발표를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윤군의 신병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같이 증거보강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87년과 88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자백만으로 용의자 홍모씨(44)와 문모씨(24)를 각각 범인으로 발표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점을 감안,용의자 윤군의 동태를 1개월 감시끝에 연행하는 등 조심스러운 수사를 벌였으나 범행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직접증거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객관적 물증없이 윤군을 구속·기소할 경우 앞으로 공판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화성=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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