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존재들은 모두 이름이 붙어 있지. 으뜸의 존재라는 신들도 이름이 있지. 브라흐만이니 야훼니 붓다니 알라니 하는 호명은 사실 이름 붙일 수 없는 큰 물건에 편의상 붙여진 이름일 뿐. 사람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가 나보다 큰 존재인 우주적 신성에 속해 있다면, 어떤 가문이나 민족이나 인종이나 종파의 이름으로 규정할 수 없는 큰 물건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명함 속의 작은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바라며 사는 것은 얼마나 가련한 일인가.
고진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