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 정치참여 발벗고 나선다.|지자제 앞두고 빠른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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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회의 지자제 법 통과와 때를 맞춰 노조의 정치참여가 본격 추진되고있다. 한국노총(위원장 박종근)은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 선거에 근로자대표를 후보로 내세우기로 하고 각지 역 정치위원회 학대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노총은 그 사전. 단계조치로 이번 주 안으로 지금까지 노조의 정치활동 참여를 가로막아온 노동조합법 12조(정치활동금지)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결정,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총은 내년 상반기에 실시될 지자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보다 많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구별 조합원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노총의 행보에 대해 법제도 상의 현실적인 제약은 물론 성급한 정치참여는 오히려 조직분열과 혼란만 가증 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없지는 않다.
노조 정치참여 전반의 문제들을 점검해본다.
노총준비=노총은 88년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활동 전개를 공식 선언했다. 『경제투쟁만으로는 근로자들의 권익을 확보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노조가 정치활동에 참여, 자기 몫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노총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어떤 형태로든 노조의 정치참여가 보장 될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노동법 개정, 기업별 노조체제의 산별 체제로의 전환 등 제도개선투쟁과 함께 정부의 각종 위원회 참가를 통한 노동자 이익의 정책반영 등 장기적인 정치참여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노총은 지금까지와 같은 정책건의나 정부의 각종 시책에 대한 태도표명, 또는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개정 건의나 청원 등의 소극적 활동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는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분석, 근로자의 권익옹호에 보다 적극적인 정당을 지지하고 특정후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자제에서는 근로자대표를 지방의회나 단체장 후보로 적극 내세우고 전직 노조간부 출신들에 대해서도 지지 선전·유인물 배포 등으로 정치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총은 노총산하 단위사업장들이 밀집해 있는 부산·인천·울산·마산·포항 등 근로자대표의 당선가능성이 높은 공단지역에서 후보를 낸다는 방침인데 현재 출마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후보자는 50여명으로 추산되고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행 노동조합법이 노조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고 국가보안법과 노동쟁의 조정법이 제3자 개입 금지조항을 마련, 노조의 정치활동을 제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이에 따라 노총은 노조법 12소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지역주민 정치연합」이나 후원회 등을 조직, 12조에 저촉되지 않는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후보자를 당선시킨다는 기본방침이다.
헌법소원=노동조합법 12조는 ▲공직선거에 있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 ▲조합원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행위 ▲노조기금을 정치자금에 유용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정치활동금지조항은 53년 노동조합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는 없었으나 5·16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63년 법이 개정되면서 추가됐다.
6·29선언이후 노동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노총 등의 끈질긴 폐기요청에 따라 지난해 이 조항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삭제됐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상태다.
노총은 이 조항이 앞으로 정치활동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 국회가 끝난 뒤인 20일을 전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노조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추세다.
노조의 정치활동 유형은 ▲미국처럼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노소의 정책을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교육위원회 방식 ▲일본·독일과 같이 사회주의 정당과 연계하는 방식 ▲영국에서처럼 노동자 정당의 창출을 통한 정권을 담당하는 방식등 세 가지다.
영국에서는 노조가 노동당 형성의 모체가 되었고 독일을 비롯한 서구대륙 대부분나라들의 집권당인 민주사회당도 노동세력의 기반위에 서있다.
단국대 김윤환 교수는 『이러한 세계적 역사조류에 역행해 노조의 정치활동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지적, 『정책당국은 노동세력을 제도권내의 안정세력으로 끌어들여 산업발전의 동참세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정치활동은 허용되어야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조직까지 허용·육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운대 윤성천교수는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은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의 경제활동에 부수 해야 하는 한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노총이 현재 조직안팎에서 부닥치고 있는 갖가지 도전과 비판을 아직 올바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임을 감안할 때 성급한 정치참여는 오히려 조직분열과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며 신중론을 폈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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