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협정」체결 과학기술 새장-올해의 과학시술계 주요 사건·업적을 정리한다

90년대 말까지 과학기술 선진 7개국(G7)진입이라는 화려한 기치아래 90년대의 첫해를 열었던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11월의 안면도 사태 등 몇 가지 시행착오로 얼룩진 한해였다.
한편 그 동안 방만하게 운영돼오던 특정연구개발사업을 전략적 국책연구개발사업 중심으로 대폭 개편, 산·학·연 협동연구체제로 정착시키기도 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도 내놓았다.
또 한 소 과학기술협력협정 체결 등은 우리의 대외 과학기술협력 패턴에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 한해의 과학기술계를 정리해 본다.

<안면도 사태>11월 3일 충남 안면도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 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보도에서 비롯된 안면도 사태는 정부측의 「전면백지화」방침으로 수습되긴 했으나 시위주동자가 구속되고 정근모 과기처장관이 7개월20일만에 물러나는 등 파란을 몰고 왔으며 밀실행정과 편의주의 등 정부의 도덕성문제까지 거론됐다.
이 사건은 특히 원자력사업이 국민이해 속에 추진돼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남겼으며 방사선 폐기물 관리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원자력연구소에도 경각심을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부지선정을 위한 실무자차원의 예비검토단계에서 부지로 확정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정부의대국민 홍보 미숙과 함께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국민의 이해부족도 조속히 풀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방사성폐기물사업의 필요성과 폐기물의 실체, 안전관리기술 등에 대한 광범한 홍보·계몽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북방과학기술교류>우리의 최대 우방으로 여겨왔던 미국과의 과학기술협력협정이 지적소유권보호, 군사특허비밀보호협정 체결 등을 이유로 지난 88년10월 파기돼 선진국과의 과학기술교류가 큰 시련에 직면했었다.
그런 시점에서 소련과의 과학기술협정 체결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하겠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과학기술협력협정이 내실 없는 형식적인 것이었는데 소련과의 협정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이 바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미 소련의 12개 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연구 협정을 맺고 사업에 착수했으며 한국과학재단 등도 협력교류사업을 곧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년 초반의 출연연구기관 관할권 시비에 이어 대소 협력추진과정에서도 일부 부처간에 불협화음을 보였던 것은 조속히 시정돼야 할 점이다.
과학기술은 과기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범부처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연구기관과 기업의 협동추진체제도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헝가리와의 첫 과학기술공동위원회개최(12월)를 비롯해 중국과도 KIST를 중심으로 1백39개 기술품목에 대한 분석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내년에는 소·중등 공산권국가와의 기술협력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개발>올해의 주요연구개발 성과는 다음과 같다.
▲인공심장기(KIST 김은영·김재진)=심장 수술시 심장과 폐의 기능을 일시대행 해주는 1회용 최첨단의료기기로 상업화가 완료됐다.
▲인슐린생산 (유전공학센터 홍주봉)=고등식물체(담배)에 인슐린 유전자를 이식시켜 당뇨병치료제인 인슐린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홍 박사는 이 공로로 「올해의 과학자 상」(한국과학기자클럽 제정)수상자로 선정됐다.
▲고 흡수성 천연고분자재료(화학연 이해방)
▲충격전류발생기 (전기연 변승봉)
▲차량번호 자동인식 시스팀(시스팀 공학센터 신동필)
▲에이즈진단시약 (유전공학센터 이영익)
▲탄성파 지하자원탐사기술(동력자원연 김중렬)
▲근 적외선 레이저 장치(표준연 원종욱)
▲식용단백질생산기술 (과학기술원 박무영)

<기타>올해는 과학기술원·유전공학센터·시스팀공학센터 등이 대덕으로 이전했으며 국립중앙과학관도 대덕에서 새로 문을 열었다.
한국해양연구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각각 독립기관으로 새로 발족했다.
금년에는 제11차 국내외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를 비롯해 유럽-아시아 화학회의, 아-태 물리학 학술대회, 생물공학 국제학술대회 등 굵직한 국제학술회의가 많이 열렸다. 7년만에 종합과학기술심의회가 다시 열린 것도 올해 특기사항 중 하나다. <신종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