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쓰레기 분리처분 해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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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쓰레기의 처분은 항상 골칫거리다. 집에서 버리는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고 있는 것도 처리를 쉽게 해 경비를 절감하고 환경에 영향을 적게 하려는데 의도가 있다.
지난번 안면도에 핵 쓰레기 처분장을 건설한다고 해서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닥쳤다. 다른 것도 아니고 핵 쓰레기를 자기 생활주변에 버린다고 하면 누구나 불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요즈음 「NIMBY」(Not In My Back-Yard)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직역하면『자기 집 뒷마당만은 안 된다』는 뜻이다.
당연한 논리다. 하다못해 종이 한 장이라도 마당에 떨어지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하물며 핵 쓰레기일 경우에야.
핵 쓰레기라고 말을 하지만 이것은 방사성 폐기물을 의미하고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하다고 인식되고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과거 일본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게 느낄 것이다. 이런 위험한 물질을 자기 집 앞에 버리겠다고 하니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일부 극렬한 환경론 자들이 방사선 피해로 심한 재해를 당한 사진들을 붙여 위험성을 지나치게 노출시켰기 때문에 더욱 거세게 반발했던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야할 필요가 있다. 즉 방사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까지는 인체와 환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인가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궁극적인 평가를 국민이 하도록 해야한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적극 이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방사성 폐기물이란 것이 처리만 잘하면 그렇게 우려할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반면, 핵 반대론 자들은 어느 경우에나 방사선은 위험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양쪽의 주장이 다 틀린 주장만은 아니라고 본다. 사업을 벌이다보면 어느 경우에나 쓰레기는 생겨나게 마련이고 발생된 쓰레기는 치워야한다.
핵 발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며, 어디에선가는 처리되어야 한다.
핵 쓰레기 중에서도 버릴 수 있는 것과 버려서 안 되는 것이 있다. 따라서 버려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핵 쓰레기만을 분리해 버려야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 쓰레기의 처분장 건설은 중·저 준위의 방사성 물질만을 처리해 버린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며, 이런 레벨의 방사성 물질은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위험하지 않게 처리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NIMBY」관점에서 처분장의 부지선정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합의하지 않고 정부가 임의로 선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충분한 보상과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줄 때까지 납득되도록 인내를 가지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도 가벼운 핵 쓰레기의 처분은 지역 주민들의 이해로 설치된 예가 많기 때문이다. 【이은철<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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