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들 '멀티 서비스'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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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지주회사가 뛰고 있다. 지주회사가 은행.증권 등 자회사 정보를 통합 관리하면서 고객들에게 지주회사의 장점을 살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경쟁이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한 금융그룹 간 서비스 품질 경쟁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금융그룹 간 경쟁으로=우리금융그룹은 다음달부터 고객들의 자회사 거래 실적을 합산해 등급을 매기는 '우리보너스 멤버십' 제도를 실시한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함께 이용하는 고객은 그만큼 거래실적이 많아져 등급이 높아진다. 우대 고객에겐 수수료와 신용카드 연회비 면제, 공모주 청약한도 우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신한지주는 신한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 등 자회사 고객 중에서 일정한 수준의 거래실적을 가진 고객에겐 자회사 어느 곳에서든 대출금리 감면,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는 '탑스클럽'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총 고객 1600만여 명 중 130만 명이 대상자다.

금융그룹들은 올해 '복합 금융점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여의도의 '하나금융프라자'가 한 사례다. 이곳엔 하나은행 창구가 점포 왼쪽에, 대한투자증권 창구가 오른쪽에 있어 고객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에만 55개의 복합 금융점포를 만들었다.

하나금융은 내년엔 복합점포를 100여 개 더 만들 계획이다. 신한지주도 이미 28개의 복합점포를 갖춰놓았다.

◆내년엔 경쟁 더 치열=총자산 236조원의 우리금융은 은행과 증권 간의 통합잔액 조회, 실계좌 연결 서비스 등으로 고객들을 파고들 태세다. 올 연말 카드업계 1위인 LG카드 인수를 마무리하는 신한금융은 풍부한 고객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1일 출범 1주년을 맞는 하나금융도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수익 구조 다변화가 관건=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은행업에 너무 쏠려 있다. 금융그룹의 모델로 꼽히는 씨티그룹엔 은행업의 비중이 약 50%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은행을 모태로 한 국내 금융그룹들의 은행 의존도는 80%를 넘는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그룹들은 아직 은행의 비중이 너무 높아 장기적으론 수익성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며 "은행과 비은행 부문 간에 균형 잡힌 수익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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