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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이기려면 병립형 비례제” 비명 “연동형 약속…꼼수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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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현행 선거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갈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양쪽 의견이) 거의 반반”이라며 “(추후) 조금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연동형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것은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라며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제도적 개선에 합의할 수 있도록 협의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역구 의원 정수는 현행과 같은 253석으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취재를 종합하면 의총에서 친(親)이재명계 상당수가 “현실적으로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며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싣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우리가 맨주먹으로 싸우자고 제안했는데 저쪽이 총(위성정당)을 들고 있다. 그럼 내가 무기(위성정당)를 버리면 우리 가족이 다 죽는 것 아니냐. 총선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대선을 이기는 것에 집중해서 그에 맞는 제도를 주장하자”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은 현행법을 유지했을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민주당이 원내 1당을 국민의힘에 빼앗긴다는 취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유했다고 한다.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도 “현실적으로 병립형으로 가는 게 맞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반면에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해 놓고 뒤집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원욱 의원은 “우리가 지역구에서 비례대표 빼고도 지난번에 163석을 이겼다. 민주당이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라며 “병립형으로 회귀시켜 놓고 무슨 낯으로 표를 달라고 하나. 꼼수 부리지 말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의원도 “민주당이 수없이 약속한 걸 뒤집으면 안 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시뮬레이션으로 ‘공포 마케팅’ 하지 마라. 민심을 얻는 길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비명계인 설훈 의원은 “선거법은 합의처리가 원칙인데, 국민의힘이 저렇게 버티면 재간이 없다. 선거법을 또 날치기 통과시키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병립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요구하며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은 “당 대표가 입장을 밝힐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밝히지 않았다.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해야 끝날 문제”라며 이재명 대표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의총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의총이 끝날 때쯤 자리를 떴다. 기자들이 “언제쯤 입장을 정리할 계획인가”라고 물어도 묵묵부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발언해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친명계가 작전을 짜고 온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마치 이 대표가 시킨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의총에선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 의결로 오는 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앞둔 선출직 공직자 평가 기준과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비중 축소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총선기획단에서 그걸 뒤집는 결정을 하고, 중앙위에서 찬반 투표만 하려 하느냐”며 “대면으로 중앙위를 열어서 치열하게 토론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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