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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영어식 시제의 남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다음 중 시제와 관련해 가장 적절한 문장은 어느 것일까?

㉠ 한때는 가출도 했었지만 지금은 성실하게 살고 있다.

㉡ 회사에 출근하고 있던 중에 동창을 만났다.

㉢ 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말은 원래 시제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말에서 시제를 굳이 구분하자면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각각의 진행형이 있으며 드물게 ‘-었었-’ 형태를 쓴다.

‘가다’를 예로 들면 ‘갔다-간다-가겠다’ ‘가고 있었다-가고 있다-가고 있겠다’가 우리말의 주된 표현 방식이다.

그러나 영어를 공부하면서 익숙해진 과거완료나 진행형이 우리말 깊숙이 파고들어 불필요한 곳에 남용되고 있다.

㉠“한때는 가출도 했었지만 지금은 성실하게 살고 있다”에서 ‘했었지만’은 영어식 과거완료 표현이다. ‘한때는 가출도 했지만’으로 해야 우리말 어법에 맞다. 굳이 과거완료로 할 필요가 없다.

㉡“회사에 출근하고 있던 중에 동창을 만났다”처럼 ‘~하고 있던 중에’도 영어의 진행형을 지나치게 흉내 낸 표현이다. “회사에 출근하다 동창을 만났다”로 하는 게 우리말 표현 방식에 어울린다.

㉢“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는 문제가 없는 표현이다. 대체로 이런 경우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로 표현하기 십상이지만 ‘~하고 있는 중이어서’ 역시 영어식 진행형을 그대로 번역한 듯한 표현이다. 따라서 정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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