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 쉬영 갑서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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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관혁(38.송파구 잠실동)씨 부부는 칠순을 바라보는 부모님,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아주 색다른 주말을 보냈다. 김 씨 가족이 나들이 간 곳은 경기도 파주의 한 리조트. 아이들은 맘껏 조랑말을 타며 깔깔거렸고, 부모님은 삼림욕장을 산책한 후 찜질방에서 피로를 풀었다. 저녁엔 온가족이 제주 특산 돼지고기와 말고기 맛에 흠뻑 빠져들었다. 제주관광 부럽잖은 '짝퉁 제주'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갔다.

20여년간 수도권 서북부 지역 주민들의 야외수영장으로, 회사 연수원으로 사랑받아왔던 유일레저타운이 지난 8월부터 '작은 제주도' 로 탈바꿈했다. 가족형 종합 레저타운을 지향, 이름도 '탐라국 유일레저타운'으로 살짝 바꾸었다. 제주도 토종기업 탐라가족(www.etamra.com)이 이곳을 인수, 제주도의 먹거리·놀거리를 한껏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현상훈 사장은 "앞으로 이곳을 제주 문화원처럼 발전시키고 싶다"며 "현재 말 50마리가 들어와 있고 제주에서나 맛볼 수 있는 웰빙 특산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점차 말 수도 늘리고 외관도 제주풍으로 꾸며 삼다도를 쏙 빼닮은 종합 레저타운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곳에선 소규모로 탐라유통의 제주산 토속식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 매장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탐라국 유일레저는 10개 세미나실과 연회장·운동장·식당을 갖추고 있어 여전히 주중에 회사 연수원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총 2만5000평에 달하는 이곳은 박달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포근한 느낌을 준다. 여름엔 보트장·수영장, 요즘은 찜질방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폭포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박달산의 수려한 풍광이 진경산수처럼 눈앞에 다가선다. 한라산 녹차탕.감귤탕, 화산재로 만들었다는 송이탕 등 건강탕이 즐비하다.

인공호수와 섬으로 구성된 탐라 아일랜드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다양하다. 작은 호수는 박달산에서 내려오는 1급수로 채워져 금붕어는 물론 산천어·새우도 산다. 호수 주변에 38개의 방갈로가 있다. 이곳에서 인공 섬의 야경을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섬으로 들어가는 나무다리는 최고의 인기. 구름다리 마냥 흔들거려 '출렁다리'로 불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섬 안에는 제주웰빙음식점 '표표'가 동그마니 자리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제주 특산요리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분위기로 연말 파티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탐라 아일랜드선 야외 결혼식도 열린다. 여느 결혼식장의 판박이 예식에선 누릴 수 없는 색다름이 느껴진다.
제주 빼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말들을 볼 수 있을까-. 탐라국 유일레저엔 제주산 조랑말 포니와 성인용 승마 말까지 종류와 크기가 다른 갖가지 말들이 뛰놀고 있다. 아담해 어린이들이 타기 딱 좋으면서 순하기까지 한 포니는 최고의 인기마다. 아이를 말에 태우고 아빠가 경마잡고 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흐뭇하다. 미니마차.쌍두마차도 아이들의 환호를 자아낸다. 관계자들은 "제주도 현지에서 오랫동안 말 농장을 운영한 노하우가 있어 말의 눈빛만 봐도 컨디션을 알 정도로 말 관리는 자신있다"고 입을 모은다. 1시간30분 ̄2시간짜리 등산코스도 인기. 하산 후 찜질방에 가 뜨거운 녹차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눈 녹듯 풀린다. 12월 중순에는 눈썰매장도 문을 연다. 대운동장은 주말엔 시간예약까지 해야 할 정도로 붐빈다. "혼저 옵서예(어서 오세요)" "쉬영갑서예(편히 쉬다 가세요)" 탐라국의 순박한 정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찾아가는 길=자유로(문산방향)-문발 IC(광탄방면 우회전)-광탄삼거리 우회전-보광사 방면-탐라국 유일레저
문의 031-948-6161 www.youealleisure.co.kr

프리미엄 주순이 기자 joo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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