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방정책의 최대 결실”/한·소·일 기자가 본 노대통령 방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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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는 노태우 대통령의 역사적인 소련방문이 갖는 의의와 앞으로 새롭게 전개될 한소관계,나아가 이번 방문이 동북아시아 전체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노 대통령의 이번 방소를 취재중인 한·소·일 3국 기자들의 긴급 현지 좌담회를 가졌다. 13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모스크바 주보프스키가 4번지 소련 노보스티통신사 건물 502호실에서 있었던 이번 좌담회에는 본사 유재식 특파원,노보스티통신 콘스탄틴 데리바스 아시아 담당데스크와 일본 시사통신 나고시 겐로(명월건랑) 모스크바 특파원이 참석했다.<편집자주>
◎“한반도 평화정착 큰 발걸음/북한자극 「대화」영향줄 수도”
유=노 대통령의 이번 방소는 그 동안 한국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최대 결실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방문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소련의 시각에서 분석해 주십시오.
데리바스=한마디로 대단한 일입니다. 90년 세계 10대 뉴스에 들어가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한소정상회담과 9월30일 한소 외교관계 수립이 극동에서의 냉전을 무너뜨리는 첫걸음이었다면 노 대통령의 이번 모스크바방문은 두 번째의 힘찬 발걸음 입니다.
유=일본 쪽의 시각은 어떤 것입니까.
나고시=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은 이번 방문이 한소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점에서 환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과 소련의 경제협력이 북방 4개 도서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심 부러워하는 인상입니다.
유=이번 방문이 갖는 여러 의미 가운데 경제적 의의가 가장 큰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장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얽힌 소련으로서는 그 탈출구로서,즉 경협 파트너로서의 한국은 그만큼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한국도 소련의 잠재적 시장 및 풍부한 천연자원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데=소련 경제는 실제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이 대소 투자를 망설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활발하던 한국 기업들의 투자상담이 최근들어 다소 줄고 있고 아직까지 이렇다할 합작건수가 성사되지 않은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동독을 방문했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 『늦게오면 벌받는다』는 말을 거꾸로 하고 싶습니다.
『일찍 오면 먼저 득본다』는 말입니다. 소련 시장은 무한에 가깝고 천연자원도 풍부한 만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진출할 경우 그만큼 한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고시=저는 약간 견해를 달리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소련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소련인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소련도 한국으로부터 도움을 바라기만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합니다.
유=북한은 벌써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하리라는 점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문제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데=한반도에 대한 소련의 시종일관된 입장은 『한반도 문제는 한국인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올해 들어서 소련 정부가 지금까지의 「북한의 시각」에서가 아닌 「소련자체의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나고시=최근 소련의 대한반도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련이 북한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북한이 이번 방문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초조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이 단기적으로는 남북대화 등 남북한 관계에 좋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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