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담긴 쇼핑백 들고 온 사람 있었다" 김문수 지사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문수(사진) 경기지사가 강연에서 '쇼핑백 돈 봉투' 로비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지사는 23일 한국표준협회 주관으로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최고 경영자 조찬 특강에서 "도지사 공관에까지 쇼핑백을 들고 와 (이 안에) 돈이 들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공개했으나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어 돈을 가져온 사람에게 "이것을 받으면 (내가) 죽는다. 부정 안 하는 것이 제 생명이다. 저도 괴롭다"고 타일렀다고 말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 돈이 든 쇼핑백을 갖고 왔으나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또 "대한민국 검찰이 아주 우수하다. (나도) 감옥에 가봤는데 감옥에 가면 대부분 억울하다고 한다. 그러나 억울할 것이 없다. 다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 정가와 도청 공무원들은 술렁이고 있다. 산하 단체장 임명 등과 관련한 인사 로비용이거나 건설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취임 초라면 인사 청탁일 가능성이 크고, 그 이후면 사업 로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김 지사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특강 자리에서 부정부패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사례로 인용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김 지사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김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을 때 (나는) 만세를 불렀다. 대한민국이 민주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박 대통령이 당시 경제학자들이 모두 반대한 고속도로, 자동차 공장, 조선소, 중화학 공장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과연 무엇을 먹고살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지사는 "우리 식대로 산다는 자주가 북한처럼 된 것이고, 우리의 무모한 도전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라며 "예외적 발전의 동력, 이것을 미리 내다본 사람들이 박정희 대통령 같은 사람"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극찬했다.

수원=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