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경제광장>석유화학업계-수지 안 맞아 "죽을 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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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업계에 빨간 등이 켜졌다.
수익성은 떨어져만 가는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니언 카바이드사 같은 세계 유수의 화학메이커는 일부 생산시설의 매각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기까지 하다. 업종을 단일화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유화업계는 지난 82년 최악의 상황을 맞았었다.
지금은 그때와 같은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점차 그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업계 전체가 비상이다.
화학메이커 중 선두인 다우 케미컬사의 순익은 지난 3·4분기 2억8천2백만 달러로 격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볼 때 무려 52%줄어든 수준.
다른 회사의 처지도 별로 나을게 없다.

<수익성 점차 줄어>
유니언 키바이드는 전년 동기비 35% 감소된 9천1백만 달러, 몬산토사는 41% 줄어든 7천4백만 달러, ICI사 역시 48% 감소한 3억1천2백만 달러 선에 각각 그치고 있다.
종합화학메이커인 독일 바이엘사의 사정이 그중 좀 낫기는 하나 올들어 9월말 현재 세전 순익은 4억5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줄었다.
이 같은 요즘의 상황은 82년 대대적인 수술이후 처음 맞는 경기후퇴여서 업계의 고민은 심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럽의 화학메이커들은 지난 82년 하루평균 7백만 달러씩을 까먹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었다. 또 당시 미국의 12대 화학메이커들의 순익은 한해전보다 40%가 줄었다.
이 때문에 덩치 큰 유화·플라스틱 생산라인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조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래도 사정이 여의치 못하자 57개의 에딜렌 분해공장중 단 2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업계재편이 이뤄진 것이다.
이와 함께 화학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플라스틱 등 그때까지의 단순 유화제품에서 제약·농업·화학·페인트 등으로 생산영역을 넓혔다. 이같은 업종 다각화에는 수십억 달러가 들어갔지만 이로 인해 업계는 재활의 길을 찾았다고 믿어왔다.
그러한 것이 올 들어서는 상황이 영 딴판이 됐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이후 나프타가격이 배로 뛰어올라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이같은 수지악화는 특히 유럽메이커들에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간 80억 달러의 추가비용을 들여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각 사들 감량경영>
여기에 미국과 아시아 쪽에서 수입물량이 쏟아져 들어와 유럽을 공략함에 따라 사면초가의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유럽의 화학메이커들은 마지막승부수를 페인트·제약 등 특수분야에 띄우기에 이르렀다.
독일의 BASF는 10억 달러를 들여 프린트용 잉크와 자동차 마감용 페인트 메이커인 인몬트사를 매입했다.
반면 미국의 대 메이커들도 이번 위기 타개를 위해 감량경영에 들어갔다.
에틸렌 분해공장의 증설을 계획했던 16개사 중 8개사가 당초 계획을 취소했으며 셸사와 엑슨은 이 같은 계획을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이와 함께 다우·몬산토·ICI·훽스트는 불황에 따른 임시해고를 공표 했다.
이중 유니언 카바이드는 산업용 가스를 제외한 나머지 플라스틱과 카본 생산라인의 매각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순위 86억 달러(90년 추정)로 세계 5위인 유니언카바이드가 이 같은 비장한 각오를 하게된 것은 다른 회사들처럼 업종을 다각화하지 못해 매출액 이익률이 4%에 불과, 산업용 가스 외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배미 최대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는 산업용 가스에서조차 지난 86년 32%였던 시장점유율이 최근 28%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여서 최고경영진의 특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84년 인도 보팔공장의 대 폭발사건 이후 사세가 쇠잔해지고 있는 유니언 카바이드가 이 같은 과감한 「잔가지치기」로 활로를 뚫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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