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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국민소통·현장소통·당정소통 강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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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 어린이정원에서 열린 제63차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 어린이정원에서 열린 제63차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총알도 없고, 손발도 묶인 상황이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정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16일 한 말이다. 59조원으로 추산되는 역대 최대 세수 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없고, 거대 야당의 반대로 민생법안 통과도 어려운 현실을 이렇게 빗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소통을 강조한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13일)고 밝힌 이후 나온 두 번째 공개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 행보를 해야 한다”면서 “민생 타운홀 미팅 개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윤 대통령이 민생 현장에서 국민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대응책도 점검하는 차원에서 분야별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 뒤 대통령실 참모들은 김대기 비서실장 주재로 연일 국정 쇄신 방안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여왔다. 특히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할 때마다 “국민에게 ‘왜’라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강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한 참모는 “정치는 국민과 공감을 해야 하는 건데, 돌이켜보니 설득만 하고 있었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강화됐다는 게 참모들의 진단이다. 당정 소통 강화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 당정을 보다 활성화하겠다”며 “당은 늘 현장에서 유권자를 대하기 때문에 당정 소통 강화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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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권 안팎에선 대통령실이 소통·현장 행보를 강조하고 여당도 주요 당직 교체 등 쇄신안을 내놓고 있지만, 국정 기조의 변화 없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변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내년 총선 승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또 여당이 대통령실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여당의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 달라”고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는 옳은 말을 호응해 주는 풍토보다는 ‘우리끼리’라는 잘못된 기득권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며 이 전 대표 기자회견에 호응했다.

대통령실로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한 정치 복원도 시급한 과제다.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는 입법을 통해 이뤄지는데, 야당 협조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시행령 정치’라는 우회로를 택해 왔지만, 이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주항공청법, 노조 회계 투명화법, 비대면 의료법, 산업은행 이전법 등 국회 계류 중인 민생 법안이 산적해 있다”고 토로했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의 ‘300억 달러’ 투자 유치 등 윤 대통령이 주력한 ‘세일즈 외교’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먹고살기 어려운 국민은 당장의 현금을 원하지만, 순방 성과는 어음에 가깝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11월 초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끝나면 총선 출마와 맞물린 중규모 인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대통령실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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