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민심 더 싸늘해지는데…감동 없는 김기현 2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예고된 대로 집권여당과 용산에 대한 민심이 일주일도 안 돼 싸늘해졌다. 특히 수도권 민심 이탈이 심각했다. 16일 공개된 정치 고관여층이 참여하는 자동응답(ARS) 방식의 리얼미터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32%(더불어민주당 50.7%)로 떨어져 민주당과 격차가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17.15%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표한 이만희(재선·경북 영천-청도) 신임 사무총장 등 ‘김기현 2기 체제’ 주요 당직자 인선 결과는 ‘변화의 메시지’는커녕 ‘중량감’ ‘수도권 대표성’ 3박자 모두 미흡한 감동 없는 인사란 평가가 나왔다. “민심의 질책을 소중히 받들겠다”던 김 대표 본인의 약속과는 거꾸로 간 셈이다. 이에 여권 안팎에선 “내년 4·10 총선은 공천 등을 용산이 주도한다는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의미”란 말이 나왔다.

김기현 2기 수도권 당직자 늘었지만…당 ‘빅3’는 모두 영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민 최고위원, 윤재옥 원내대표. 김성룡기자

결과적으로 김 대표(울산 남을)-윤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이만희 총장까지 영남 출신이 당 3역을 맡게 됐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윤 원내대표(1기)의 경찰대 한 해 후배(2기)로 경기경찰청장을 지낸 뒤 2016년 총선으로 입문해 초선 때 원내대변인을 지냈다.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선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지냈고, 친윤계 재선그룹에 속하지만 계파색은 비교적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의원이 경찰 출신이어서 “검찰·경찰당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윤 정부 들어 김석기(서울경찰청장 출신) 의원-이철규(경기경찰청장 출신) 의원-이 신임 총장까지 3연속 경찰 출신 사무총장을 기용해서다.

정책위의장에 비윤계 유의동 ‘탕평 인사’

반면에 당정 정책 조율을 이끌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및 탕평 차원 인선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직능본부장을 맡아 ‘친유승민계’로 분류된 적이 있는 비윤계 인사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기용된 김예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다. 신임 당직 전체적으론 ‘김기현 1기’와 비교하면 수도권 인사가 많아졌고 평균연령은 낮아졌다. 1기에서 수도권은 배현진(서울 송파을) 전 조직부총장이 유일했는데, 2기에선 8명 중 절반(유의동·김성원·윤희석·함경우)이 수도권 인사로 채워졌다. 1970년대생 4명(유의동·김성원·윤희석·함경우)과 1980년대생 1명(김예지)이 기용되면서 평균연령도 59세에서 52세로 낮아졌다.

문제는 새로운 주요 당직자를 중심으로 김기현 2기 인선이 4·10 총선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 민심 이반을 반전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우리 당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의 죽비였다”며, 당정 관계도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친화형 국정 운영 ▶당 혁신기구 출범 ▶총선 준비기구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별도 구성 등 6대 실천과제도 발표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김 대표 2기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숫자로 구색만 맞췄을 뿐 중량감이나 쇄신의 메시지 등 모든 측면에서 수도권을 대표한다고 보긴 힘들다”며 “오히려 총선을 앞둔 여당의 위기 인식 결여, 인물 부족, 용산 눈치 보기 등 문제점만 드러낸 인선”이라고 총평했다.

수도권 인사 1명→4명으로 늘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주요 당직자 임명안’에 관해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12~13일 여론조사상 민심 이반 속도에 비해 “친윤계 돌려막기 인선으론 역부족”이란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각한데도 여권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16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 정부 들어 최저치인 32%로 내려앉은 데는 서울(10.2%포인트), 인천·경기(4.7%포인트)에서 정당 지지도 하락이 원인이었다. 반면에 민주당은 같은 조사에서 서울(6.1%포인트), 인천·경기(2.8%포인트)에서 지지율이 올랐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도 전주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34%였다.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은 38.1%로 국민의힘(33.9%)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두 달 전인 8월 조사 결과 국민의힘 35.5%, 민주당 34%에서 역전한 것이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도 8월 대비 5.5%포인트 떨어진 32.3%로 나타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김경진 기자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강서구청장 선거가 일개 구청장 선거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현재의 여권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통로가 없는 것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며 “대통령은 민심이란 전광판을 매일, 더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비판에 여권에선 “용산의 시계는 여의도보다 느리게 간다”며 “연말께나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 인선 등으로 무게감 있는 변화를 주지 않겠느냐”란 관측이 나왔다.

정효식 정치에디터, 김기정·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