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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155명 아닌 199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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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피란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집트로 이어지는 ‘라파 통로’에서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피란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집트로 이어지는 ‘라파 통로’에서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CBS ‘60분’ 인터뷰에서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적 요소들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대해선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버금가는 야만 행위를 저지른 집단을 쫓고 있고, 하마스를 공격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마스 섬멸 작전에 동의하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선 단호한 어조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헤즈볼라와 그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에 대한 메시지’를 묻자 “하지 말라(Don’t)”는 말을 네 차례 반복했다.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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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제지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의미심장한 공개적 노력”이라며 “그간 가자지구 포위 작전을 편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삼가 온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면적 점령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의 지상전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이자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전적인 지지에서 일부 변화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16일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연대의 의미를 담아 바이든 대통령을 자국에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의 방문은 이스라엘에 지지를 표현하고,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전쟁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초점이 있다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7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dpa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의 지상 공세에 온전히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서방 다수 국가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한하고 하마스 파괴 이후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면서 가자지구 지상전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BBC는 이스라엘은 자국군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면 정확히 어디서 무엇을 할지, 그 후엔 어떻게 되는지 결정해야 하며 하마스가 제거되면 누가 인구 240만 명이 넘는 가자지구를 통치할 것인지 등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다면 한동안 점령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하마스 군사본부, 로켓 발사장 등 250여 곳을 폭격하는 등 지난 7일 이후 가장 강력한 공습을 벌였다. 이날 공격으로 하마스 고위 사령관 중 한 명인 무타즈 이드가 숨졌다고 이스라엘은 밝혔다. 육상 진입 준비도 이어갔다. 이스라엘 공군은 최근 육군 최고 지휘관들을 전투기에 태워 가자지구 북부 상공을 조감하도록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2005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이후 가자시티 등을 가본 적이 없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이 기존에 파악된 155명이 아닌 199명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인질이 추가로 확인돼 가족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인질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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