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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참전하면 유가 150달러로 치솟고, GDP 1%p 하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할 경우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으로 치솟으며 세계 경제에 ‘쇼크’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전개 양상이 세계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를 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가자지구에서의 제한적 분쟁 ▶레바논·시리아 등 주변국이 참전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전쟁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고 봤다.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친(親) 팔레스타인 집회 참가자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친(親) 팔레스타인 집회 참가자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만약 전쟁이 가자지구에서만 국한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가장 희망적인 전망이다. 이란은 올해 미국의 자산 동결 해제 등 관계 개선으로 하루 석유 생산량을 70만 배럴 늘렸다. 만약 미국의 압박으로 이란이 다시 감산에 들어가더라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3~4달러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추산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 추가 생산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도 있다.

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만 확산해도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총격전을 벌이고 미사일을 통해 이스라엘군 기지를 공격했다. 이란은 이밖에 시리아의 무장 단체 또한 지원하고 있다.

대리전 시나리오에선 전선이 가자지구에 제한된 경우보다 국제유가가 10% 더 오르며 배럴당 약 94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전망이다. 더구나 이집트·레바논·튀니지 등 주변국은 대부분 경제·정치적 침체에 빠져 있는 상태다. 중동 각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며 또다시 ‘아랍의 봄’ 물결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시나리오에선 세계 GDP가 약 3000억 달러 손실을 기록하며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은 2.4%의 성장률에 그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2009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 이후 약 30년 만에 최악의 성장이 될 수도 있다.

시나리오 가운데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참전이 현실화하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한다.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약 1조 달러 감소하며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1%포인트 하락한 1.7%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했던 1982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또 국제유가는 현재 수준보다 배럴당 64달러가 올라 150달러에 육박하며 ‘오일 쇼크’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2%포인트 상승해 6.7%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이 시나리오에선 주요 강대국 간의 긴장감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우방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동 지역 내에서만 해도 세계 석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걸프 지역에서 나오고, 또 이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된다는 점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하산 알하산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이란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이 중동 전역의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그들이) 잘못된 계산을 할 가능성도 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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