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債 위기 또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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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동안 잠잠하던 '카드채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대금 연체율이 고개를 들고 있고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카드사의 적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카드채 값이 하락(수익률 상승)하고, 거래도 크게 줄었다. 주식시장에서 카드사 주가도 맥을 못추고 있다.

◇카드사 누적적자 4조원=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올 1~9월 누적 적자가 4조4백여억원에 달했다. 3분기에만 1조4천4백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카드가 3분기 3천9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1~9월 누적적자가 1조3백31억원에 달했다. LG카드도 3분기 적자 2천7백억원, 1~9월 누적적자 1조1백7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현대.외환카드도 1~9월 누적적자가 차례로 8천억원, 6천억원, 4천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 1천64억원, 8백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카드사의 실질 연체율은 전달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아져 30%에 육박하고 있다. 실질 연체율은 금감원이 새로 도입한 지표로 1개월 이상 연체 채권에 대환대출(연체대금을 신규 대출로 바꿔주는 것)의 연체를 포함한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 감독정책2국장은 "일부 카드사의 실질 연체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비정상적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며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카드채 값 하락=채권정보 업체인 코리아본드웹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채 거래금액은 4조3천억원으로 카드채 위기가 표면화되기 전인 1월(11조4천억원)과 2월(8조1천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카드채 값이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1년 만기 기준으로 외환카드채의 수익률은 연 8% 후반에서 최근 9% 초반으로, 7%대였던 LG카드채는 8%대 초반으로, 삼성카드채는 5%대에서 6%대로 높아졌다.

대한투신운용 권용범 과장은 "카드사 경영이 나빠질 것이란 전망 속에 팔자가 많아 실제 카드채를 팔 때는 채권평가회사들이 매긴 평가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채 발행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발행액은 2천30억원으로 카드채 위기가 발생했던 3월(2천4백5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카드사 주가 급락=LG카드가 상반기에 이어 지난달 30일 3천7백만주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이 회사 주가는 이틀 동안 20%나 하락했다.

LG카드 관계자는 "경기 회복 지연으로 향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조기 증자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루려는 것일 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미래에셋증권 등은 "계속되는 증자로 주당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며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UBS증권은 LG카드에 대한 투자 의견을 3단계나 내리고, 12개월 목표 주가도 기존 1만7천4백원에서 3분의 1 수준인 6천7백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외환카드도 지난달 17일 이후 주가가 33% 하락했다.

김준현.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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