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리비아판 콘트라」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차드에서 반카다피 특공대 훈련/잡힌 포로로 조직 정권전복 노려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지난 3년간 아프리카의 차드에서 리비아 포로들로 구성된 반카다피 특공대를 훈련시켜온 사실이 드러나 미­리비아 사이에 새 불씨가 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3일 차드의 친서방 이센 아브레정권이 리비아의 지원을 받은 이드리스 데비의 반군에 의해 전복되자 CIA가 이들 특공대 6백50명을 미 공군기 편으로 인근 나이지리아로 긴급 대피시킨 사실이 지난 7일 프랑스의 AFP통신 보도로 드러났다. 이 통신은 이번 일을 미국의 중미 니카라과에서 좌익정권에 대항하는 콘트라반군을 지원했던 것에 빗대 「리비아판 콘트라」라고 표현했다.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의 리비아인 이송을 「해적행위」로 규탄하면서 유엔안보리의 소집을 촉구하고 나서는 한편 이들 리비아인들이 머무르고 있는 나이지리아에 외무장관을 파견,리비아로부터 본국 송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리비아는 또 이라크내 미국인 인질들을 리비아로 이동시켜 인질과 포로교환을 할 수 있도록 바그다드당국과 미 인질 인도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긴급이동된 반카다피 특공대는 지난 87년 리비아군과 차드 정부군과의 전투중 포로가 된 리비아군 1천5백명 가운데 일부.
미국은 이들중 반카다피 성향을 골라 특공대를 조직,시기가 도래할 경우 이들을 리비아에 침투시켜 카다피정권을 전복시킬 계획이었으며 이들의 공식이름은 「리비아 해방국민전선」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이들은 리비아군에서 빼앗은 소련제무기의 사용방법등을 차드군에 가르치는데 활용되다가 87년말 미국의 그린베레 특공대에 넘겨졌다.
이들은 수도 은자메나에서 71㎞ 떨러진 움 시네네라는 지역의 포로수용소에서 미국식 훈련을 받아왔다.
한편 미국의 국무부 차관보 허만 코헨은 이들의 이송에 대해 『인도주의적 조치』이며 『아무도 강제로 이송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영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