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의 'V'…김우민,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자유형 1500m 메달

한국 자유형 중장거리의 간판 김우민(22·강원도청)이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ｍ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김우민이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경기에서 역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민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500ｍ 경기에서 15분01초07에 터치패드를 찍어 페이리웨이(중국·14분55초47)에 이은 2위에 올랐다. 김우민은 이로써 고(故) 조오련(1970년 방콕·1974년 테헤란 대회 금메달)과 박태환(2006년 도하 대회 금메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500ｍ 시상대에 오르게 됐다.

자유형 1500ｍ 경기는 50ｍ 코스를 15번 반복해야 하는 장거리 종목 특성상 예선을 따로 치르지 않는다. 선수별 시즌 최고 기록을 기준으로 '패스트(fast) 히트'와 '슬로(slow) 히트'로 나뉘어 레이스를 펼친 뒤 기록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올해 1500ｍ 최고 기록이 15분02초96였던 김우민은 상위 선수들이 포진한 패스트 히트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김우민이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경기를 마친 뒤 '2위'를 의미하는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 뉴스1

김우민은 첫 150ｍ 지점에서 잠시 1위로 치고 나갔다. 450ｍ부터는 2위를 달리면서 1위 페이리웨이와 1초 미만의 간격을 꾸준히 유지했다. 1000m 지점부터는 이미 다른 경쟁자들과의 기록 차가 4초 이상으로 벌어졌을 정도로 둘만의 선두 다툼이 이어졌다.

조금씩 메달색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1100ｍ 지점부터다. 처음으로 페이리웨이에 1초 넘게 뒤처졌다. 1200ｍ 지점에선 2초대, 1300ｍ 지점에선 3초대, 1400ｍ 지점에선 4초대로 점점 간격이 벌어졌다. 그래도 김우민은 끝까지 온 힘을 쏟았고,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과 함께 레이스를 마쳤다. 김우민은 경기 후 "마지막에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지만, 내 개인 종목 중 가장 약했던 1500ｍ에서 은메달을 따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 출전한 김우민이 힘차게 스타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민은 당초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4관왕(자유형 400·800·1500ｍ, 계영 800ｍ)을 노리고 항저우에 왔다. 1500ｍ 은메달로 4관왕은 무산됐지만, 박태환 이후 13년 만의 3관왕 도전은 여전히 가능하다. 전날(25일) 계영에서 동료들과 함께 사상 첫 수영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한 기쁨도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는 "사실 다들 기분이 좋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늦게 잠들었다. 계영 금메달을 위해 중단거리 훈련에 집중하면서 (장거리 레이스의) 체력 문제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계영 금메달을 땄으니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김우민은 이제 28일 자유형 800ｍ, 29일 자유형 400ｍ에 출전해 두 개의 금메달에 더 도전한다. 그중 400m는 김우민의 금메달 획득이 확실시되는 주 종목이다. 미국 수영전문지 스윔스왬(SwimSwam)은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400ｍ에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자"라고 평가했다. 김우민은 "400ｍ에서는 내 최고 기록을 넘어서고 싶고, 800ｍ에서도 내가 보유한 한국 기록(7분47초69)을 다시 경신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