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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도 수도권-지방 격차 키운다…"환경기술 개발 시급"

중앙일보

입력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수도권보다 지역경제가 받는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탄소산업 비중이 비수도권에서 더 높아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중립 시나리오 등에 따른 동남권‧호남권‧충청권 등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수도권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한은은 섬유·가죽, 석유화학제품,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기계·운송장비, 전기·가스·수도 산업 등 국내 고탄소 산업의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7.6%로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지역별로 보면 GRDP(지역 내 총생산) 중 고탄소 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동남권(31.4%)이었고, 호남권(26.3%), 충청권(25%), 대경권(22.9%), 수도권(10.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동남권에선 석유화학 제조업 등 고탄소산업이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9%로 수도권(25%)보다 높았다.

한은은 “탄소 저감정책이 시행될 경우 탄소배출효율이 낮은 산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전환리스크(경제구조를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가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같은 전환리스크는 지역경제에서 더 두드러질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금융협의체(NGFS, 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의 시나리오에 따른 연평균 경제성장률 추이를 계산해보니 비수도권의 하락 폭이 컸다. 한은이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2도 이하 시나리오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다. 이때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할 경우를 뜻한다. ▶2도 이하 시나리오는 탄소 중립 시나리오보다 좀 더 약화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2도 이하로 억제할 경우를 뜻한다.

만일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각종 대책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오를 경우, 2021~2050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경로가 유지됐을 경우의 경제성장률과 비교해서다. 동남권에선 –1.5%포인트, 호남권에선 –1.2%포인트로 하락 폭이 더 컸다. 2도 이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 하락 폭은 전국 –0.4%포인트지만 동남권과 호남권은 각각 –1.6%포인트, -1%포인트로 더 컸다.

한은은 “환경 이슈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수도권에서는 주력산업의 탄소배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기술발전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 효율성이 개선되면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2도 시나리오에서 각각 0.5%포인트와 0.1%포인트로 축소할 수 있다”면서다.

다만 배한이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 과장은 “저탄소 정책을 이행할 경우 관세나 수출정책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도 완화할 수 있어 편익도 존재한다”며 “이번 분석에서는 모형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권 상승이라는 비용만 두고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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