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우리도 K-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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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양 국민은행 돈지덕(右)이 김포 할렐루야 문전에서 헤딩슛을 쏘고 있다.[고양=뉴시스]


'기다려라 K-리그, 고양 국민은행이 간다'.

국민은행이 내셔널리그(실업축구) 챔피언 자격으로 프로축구 K-리그 승격 자격을 얻었다.

내셔널리그 전기 우승팀 국민은행은 2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후기 우승팀 김포 할렐루야를 2-1로 눌렀다.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국민은행은 1승1무로 우승을 확정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내셔널리그 우승팀을 내년 K-리그에 승격시킨다'는 프로축구연맹의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K-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은 1983, 84년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리그를 펼쳤던 수퍼리그 시절 이후 23년 만에 프로 리그에 복귀한다.

5000여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업은 국민은행은 전반부터 세차게 몰아붙였다. 전반 30분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볼을 윤보영이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취골을 얻었다. 국민은행은 후반 17분 윤보영의 크로스를 받은 '내셔널리그의 안정환' 고민기가 멋진 헤딩슛을 터뜨려 2-0으로 달아났다. 할렐루야는 후반 27분 김형민의 헤딩으로 추격골을 넣었으나 국민은행의 필사적인 수비에 막혀 동점골을 얻지 못했다.

이우형 국민은행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국민은행의 K-리그 승격은 '준비된 팀의 승리'였다. 내셔널리그 팀 중에서 가장 많은 운영비(약 25억원)를 쓰는 국민은행은 주전 대부분이 프로팀에서 뛰던 선수들이다. 2003년과 2004년 연속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FA(축구협회)컵에서는 프로 세 팀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진출했다. 올해 약 2조80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는 국민은행은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200억원의 자금을 준비해 프로 승격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파기됨에 따라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은행 고유 업무 외의 사업을 하려면 재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은행법에 묶여 주춤한 상태다.

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총장은 "다음달 중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국민은행 실무자가 만나 승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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