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주행시험 고칠 것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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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시험 응시자의 운전능력을 평가하는 주행시험의 측정방법에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횡단보도 앞이나 경사진 언덕 위에 정지하는 요령이다.
실제 도로운행 때 급제동은 여하한 긴급상황이 아니면 해서는 안되는 행위다. 왜냐하면 급제동시에는 후미에서 뒤따라오는 차량과 충돌할 우려가 있으며, 차내에 있는 승객들에게도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곳에 멈추기 위해서는 우선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고 l차, 속도를 줄인 다음 2차, 완전한 제동행위로 멈추어서는 것이 안전하고 부드러운 운전행위다.
그러나 운전면허 시험장의 주행시험에서는 횡단보도 앞이나 언덕 등에서 멈출 때 급제동을 요구하고 있다. 돌발적인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방법으로 차를 정지시켜야만 하는 것은 단순히 컴퓨터채점 때문이라고 한다. 급브레이크를 밟아야만 시험차량에서 강한 전파가 발생, 컴퓨터 채점기에 감응하여 일정 점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시험요령에 의해 운전을 배운 응시자들은 합격 후 시내연수 때 이를 다시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횡단보도 앞, 언덕 위 또는 정지선 등에 멈출 때는 실제와 같이 두번에 걸쳐 브레이크를 밟고 부드럽게 정지할 수 있도록 측정방법이 개선되어야 하겠다.
그 다음 문제는 경사진 언덕 위에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하는 순서에 있다. 이것은 운전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겐 숙달되지 않는 한 상당히 어려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뒤로 30㎝이상 물러나지 않으면서 시동도 꺼뜨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이 측정순서를 아예 포기하고 그냥 지나쳐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합격점수 24점 가운데 이 행위는 8점이라는 적지 않은 가중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이 코스를 무시하고도 합격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응시자 전원에게 안전 벨트를 착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기본점수 10점을 부여해주는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응시자들이 외면하는 시험항목 대신 철길 건널목 통과방법, 교차로 통행방법, 고속도로 진입방법, 차선변경 요령, 병목도로 진입방법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차라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교통사고 세계최다 발생국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면 우선 운전면허 취득시험에 대한 재고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구준회<서울 마포구 동교동184의17 한국자동차관리연맹(주)사업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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