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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빛과 그림자/경찰청 발족 앞두고 추적한 실태와 문제점: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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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쥐꼬리” 봉급… 말뿐인 처우개선/순경 첫 월급 20만원 남짓/격무에 시간외수당 없어/고급 인력 끌어들일 대책 시급
『경찰에 들어와 물욕을 멀리한채 넉넉지못한 월급으로만 생활하다 보니 병든 아내의 병수발도 못하고 아이들도 제대로 먹이지 못했다.』
경찰생활 28년간 줄곧 일선파출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매 자살한 전 서울 마포경찰서 신흥파출소 임종은경장(50)이 남긴 유서 내용중 일부다.
당시 임경장은 48만여원의 월급과 하루가 멀다하고 되풀이되는 철야근무로 신장염을 앓고 있는 부인의 치료를 제대로 못해 이를 고민해 왔다는 것이다.
생활고를 비관한 임경장은 특히 유서에서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파출소 직원의 애로사항과 정부당국에 대한 건의사항 등을 적어 충격을 주었었다.
임경장은 유서에서 『당국은 치안수요가 늘어나는데도 무보수 시간외 근무만 시키고 있다』며 『사람다운 대우를 해주어 소신껏 일할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치안본부는 이후 경찰의 보수 인상문제를 적극 검토했으나 다른 공무원에 맞춰 일률적인 조정밖에 할 수 없다는 정부측의 입장만 확인하고 손을 털어야 했다.
그러나 올 6월 간부급인 대전 S경찰서 이모경위(51)가 또다시 생활고로 자살,경찰관들의 보수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됐었다.
박봉에 시달리는 직업이 경찰뿐 아니지만 행정직 공무원의 주당 근무시간 44시간에 비해 거의 두배를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에 대한 불만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업무성격상 부상·사망 등 위험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사명감」만이 아닌 보수에 의한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올들어 10월말까지 순직 경찰관은 전경 26명을 포함,75명이며 부상도 전경 3천7백74명 등 모두 4천9백35명으로 경찰 1백명중 4명꼴로 사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달 17일 충남 온양경찰서 대장지서 이종국경사(49)는 10월13일 「범죄와의 전쟁」 선포이후 줄곧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근무하다 과로로 쓰러져 숨지기도 했다.
또 서울 동부경찰서 중곡4파출소 최성남순경(32)과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곽경환순경(32)은 7월22일과 11월21일 각각 강도범을 붙잡으려다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초임 순경이 받는 봉급은 근속급과 기본급을 포함해 20만5천원이고 간부급인 경위 1호봉은 26만6천원이다.
정부가 고시한 우리나라 올해 최저임금 기준이 16만5천6백원이고 내년도 고시예정 액수가 19만2천7백원인데 비하면 초임순경의 월급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특히 경정으로 특채되는 고시출신자의 경우 경정 1호봉이 35만원으로 과연 고시합격자가 경찰을 지원할 마음이 생기겠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서울 M경찰서 서모경장(53)은 『경찰생활 27년에 월급이 수당까지 합쳐 60만원밖에 안돼 전기통신공사에 입시한지 15년된 넷째 동생의 월급 90만원에 비해 30만원이나 적다』며 『대학 졸업이후 한눈팔지않고 경찰생활을 줄곧해온 결과가 고작 이것뿐이라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의 봉급은 공무원 기준을 토대로 순경은 일반직 공무원 8급과 9급사이,경위는 6급과 7급사이,총경은 4급과 5급사이의 수준으로 책정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업무의 위험도·특수성 등을 고려해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봉급수준을 책정하거나 민간기업의 급여기준을 토대로 경찰봉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게 특징.
일본은 매년 민간기업체의 급여실태를 조사,일반 공무원은 민간기업에 비해 약 4∼5% 낮은 수준으로 정하고 경찰관 초임봉급은 일반 공무원보다 10%정도 높게 책정하는 것이 관례다.
이에따라 86년도 일본순사(순경) 1호봉은 10만7천1백엔(당시 약 56만7천원),간부급인 경부보(경위) 1호봉은 13만1천엔(약 69만4천원)이었다.
일본 주재관을 지낸 김형석 치안본부 국제협력계장은 『일본 경찰이 초임급을 높게 정하는 이유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최근 격무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찰에 대졸 출신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낮은 활동비도 경찰내에서 계속 제기되어 온 문제다.
현재 수사요원의 수사 활동비는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6대 도시의 경우 금년 7월부터 5만원이 올라 월 17만원이고 나머지 지역은 14만원.
그러나 치안본부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사요원 활동비는 평균 월 23만2천5백원이 소요되며 수사요원의 대부분이 월 25만원을 적정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경의 한 간부는 『이달초 형사 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도 수사요원의 16.5%가 관내유지·친지들로부터 수사활동비를 지원받고 있다고 실토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지원」이란 명목으로 수사비 보조를 받아 충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수문제뿐 아니라 다른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직위와 계급 정년·연령 정년을 함께 시행하는 현행 인사방식도 많은 경찰관의 불만대상.
서울시내 구청장은 이사관이지만 치안을 맡는 경찰서장은 그보다 2단계 아래인 서기관급이고 지방의 면장은 사무관 대우인데 비해 경찰지서장은 2단계 아래인 주사보 대우를 받고있다.
간부에게만 적용되는 계급 정년은 치안감 4년·경무관 6년·총경 9년·경정 11년·경감 15년·경위 18년으로 이 기간중 승진이 안되면 자동으로 퇴직하게 된다.
지난해 9월 고시출신으로 치안본부 교육과장이던 문명호총경이 41세의 나이로 계급 정년에 걸려 옷을 벗은것이 대표적 사례. 연령 정년은 경정이상이 61세,경감∼경위는 58세,경사∼순경은 55세로 되어있다.
서울시경 이모계장(50)은 『계급·연령 정년제도의 동시 시행은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한창 일할 나이에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동기간에 엄청난 계급차이가 나타나 조직내의 알력이 생겨나기도 한다』고 말했다.<이철호기자>
□경찰관 계급별 봉급표 <단위=천원>
호봉 1 5 10 15 20 25 30
계급
치안정감 545 637 759 859 939
치안감 487 571 683 773 839
경무관 432 508 610 690 755
총 경 397 465 557 632 690 732
경 정 350 412 497 564 617 662
경 감 301 357 434 497 547 592 624
경 위 266 320 392 452 502 545 577
경 사 238 290 360 415 462 502 532
경 장 221 269 334 386 431 469 496
순 경 205 247 307 357 399 434 459
*치안총감은 1백만3천원PN JAD
PD 19901207
PG 14
PQ 01
CP SH
FT V
CK 01
CS A08
BL 768
GI 조광희
TI 대학 근처에 사찰초소 운영/총장 동태까지 내사
TX ◎부산·동아대앞 등에 CP 설치/부산시경 7∼8명 고정배치
【부산=조광희기자】 부산시경은 부산대·동아대 등 각 대학부근에 학원사찰을 전담하는 경찰상황초소(일명 CP)를 여전히 운영하면서 리스트에 오른 학생·교수들은 물론 심지어 대학총장의 동태까지도 면밀하게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대학 및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동아대의 경우 부산시 하단동 승학캠퍼스 정문 건너편 가정집과 대신동 구덕캠퍼스앞 S상가 2층 등 두곳에 경찰 CP가 설치되어 학원전담 경찰관 7,8명이 고정 배치돼 근무하면서 학원동향을 소상하게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있다.
부산대앞 상가 2층에도 경찰 CP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학생들이 확인하는 등 부산의 11개대 근처에는 대부분 경찰 CP가 설치되어 있다.
경찰 CP에는 ▲대학 내부시설 및 약도와 도면 ▲총장 등 전교수의 신상기록카드 ▲학생회간부 명단(총학생회·여학생회·대의원회·각 서클연합회·인권복지위원회) ▲ABC 등급으로 분류한 운동권학생들의 움직임 보고서 등이 비치되어 있고 망원경·무전기·경비전화 등이 갖추어져 있다.
CP에 고정 배치된 학원전담 경찰관들은 수시로 교내에 잠입해 ▲수업현황 ▲도서관의 학생수 ▲학생들의 움직임 등은 물론이고 대학주변의 주점·음식점 등을 활동무대로 해 문제학생들의 동향을 내사,「학원반 업무보고」를 올리고 주요사안은 치안본부까지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부산시경 정보과장 박정호총경은 『시위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학부근 파출소나 인접지역에 임시 CP를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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