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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몰랐는데…’ 인기 급상승한 중국 도시, 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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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에서 지방 도시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2023 중국 왕훙 도시 명단’에서 지방의 소도시가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그뿐만 아니라 신1선(新一線) 도시가 약진하며 상승세를 드러냈다. 이들 지방 도시는 특유의 개성과 매력으로 여행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어우웨이(鷗維數據)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국 왕훙 도시 지수(中國網紅城市指數)에 따르면, 중국 10대 왕훙 도시 판도의 변화가 엿보였다. 특히 이름마저 생경한 소도시 쯔보(淄博)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마케팅의 힘, 3선 소도시의 대반란

쯔보는 TOP 10에 오른 다른 도시에 비해 발전 수준이 낮은 3선 도시(三線城市)에 해당한다. 쯔보는 올해 상반기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며 방문객이 급증했다. 산둥(山東) 성에 위치한 쯔보는 풍부한 역사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졌으나, 현지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지방의 소도시에 불과했다. 그랬던 쯔보가 일약 왕훙 도시로 도약한 것은 사오카오(燒烤 꼬치구이) 덕분이었다.

중국의 도시는 대도시에서 소도시의 순으로 1~5선 도시로 구분된다. 1선 도시에는 중국의 4대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가 포함되며, 최근 급성장한 도시를 구분하기 위해 신1선 도시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쯔보. 사진 환구망 캡처

쯔보. 사진 환구망 캡처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존재감 없던’ 북방의 소도시 쯔보는 단숨에 중국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급부상했다. 수많은 인파가 쯔보로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특히 지난 노동절 연휴에는 그 열기가 정점에 달했다. 방문객들은 쯔보의 사오카오 명소에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고, 평소와 달리 늘어난 유동인구 덕분에 지역 시장 및 가게도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쯔보 신드롬’이 신소비의 훌륭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중국 지질대(우한) 경제관리학원(經濟管理學院) 장웨이(張偉) 교수는 “리오프닝 후 경기 부양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국가 정책을 도입했지만, 현지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쯔보시는 인터넷(SNS)을 통해 현지의 특산 ‘사오카오’를 홍보해 유입량을 늘림으로써 효과를 본 셈”이라고 분석했다. 사오카오가 시발점이 되어 주변 상권까지 덩달아 수혜를 입었고,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의 발전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쯔보시가 마케팅을 잘했다”며, 먼저 쯔보를 방문한 대학생들이 사오카오를 먹는 동영상을 업로드 하면서 ‘유행’이 되었고, 나아가 ‘붐’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여기에 쯔보시에서 ‘사오카오 전용 열차’, ‘전용 버스 노선’, ‘일부 관광지 무료입장’, ’대학생 우대’ 등 정책을 펼치며 ‘대세’의 흐름을 굳혔다.

물론 이 같은 인기가 계속 지속하기란 어렵다. 실제로 3분기에 접어든 지금 쯔보에 대한 열기는 다소 잦아든 상태다. 그러나 한번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것만으로도 해당 도시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기적으로 내수를 진작하고 소비를 견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쯔보는 전례 없는 인지도를 얻고 도시 이미지가 제고되었으며, 향후 3~4선 도시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쯔보 신드롬’은 현지에 새로운 활력과 이미지를 부여했고, 동시에 기타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쥐 연구원(易居研究院)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쯔보는 2023년 1~4월 부동산 시장이 가장 핫했던 3~4선 도시로 꼽혔다.

새로운 물결, 신1선 도시의 굴기

청두. 사진 路燈攝影 캡처

청두. 사진 路燈攝影 캡처

이번 명단의 TOP 10에는 1위 쯔보에 이어 시안(西安), 상하이(上海), 청두(成都), 충칭(重慶), 베이징(北京),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광저우(廣州), 선전(深圳)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왕훙 도시가 다원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전통의 1선 도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은 여전히 상위권에 올랐으나, 그 순위가 다소 하락했다. 이는 2선 도시와 신흥도시가 그만큼 약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안은 특유의 역사문화유산을 토대로 주요 왕훙 도시로 떠올랐다. 청두와 충칭은 전통의 강자로 굳히기에 돌입했으며, 난징, 쑤저우 등 도시는 최근 들어 부단히 그 뒤를 쫓으며 차세대 왕훙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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