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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즈니 되겠다” 피규어 팔다 놀이공원까지 차린 이 기업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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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마트 매장 전경. 사진 바이두 백과사전

팝마트 매장 전경. 사진 바이두 백과사전

중국의 피규어 전문 업체 팝마트(泡泡瑪特·POP MART). 팝마트의 ‘아트토이 랜덤박스’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덕분에 중국 번화가에서는 팝마트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팝마트가 매장 60개 크기에 달하는 테마파크를 선보인다. 최근 팝마트는 9월 1일 베이징 차오양공원(朝暘公園) 내에 테마파크 ‘팝랜드(泡泡瑪特城市樂園·POPLAND)’ 세 구역을 개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중국 온라인에는 팝랜드와 관련하여 각종 목격담과 인증샷이 올라왔다. 개장 준비 중인 팝랜드가 차오양공원 방문객들의 눈에 띈 것이다. 한 네티즌이 중국 SNS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에 올린 사진에는 화이트 톤의 궁전이 팝마트의 마스코트인 ‘몰리’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국 SNS 플랫폼에 올라온 팝랜드 목격 사진. 사진 샤오훙수

중국 SNS 플랫폼에 올라온 팝랜드 목격 사진. 사진 샤오훙수

지난해 가을, 팝랜드는 만 18~25세의 연극배우와 무용수를 모집했다. 최근에는 투어 가이드, 랜드마크 운영 인턴 등을 모집하면서 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베이징팝마트랜드관리유한공사(北京泡泡瑪特樂園管理有限公司)는 2021년 8월 설립되었으며 베이징 팝마트문화창의유한공사(北京泡泡瑪特文化創意有限公司)가 전액 출자해 공원 관리, 놀이공원, 음식 관리 등을 주요 서비스 항목으로 삼았다. 올해 1월, 호텔 관리, 웨딩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 항목을 추가했다.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팝마트의 야망은 5년 전에 이미 윤곽을 드러냈다. 당시 팝마트의 창업자 왕닝(王寧)은 “(중국) 국내에서 가장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겠다”라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팝마트, 수입의 90.8% 가 피규어

팝마트는 2021년 처음으로 대중에게 테마파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환호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 온라인에는 “작은 것도 못하면서 큰 것을 하려고 하느냐?” “제품 품질 관리와 애프터서비스나 잘했으면 좋겠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팝마트의 인기 IP인 스컬판다(SKULLPANDA) 피규어. 사진 팝마트

팝마트의 인기 IP인 스컬판다(SKULLPANDA) 피규어. 사진 팝마트

이는 팝마트의 랜덤박스가 계속해서 품질 문제로 이슈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당시 스컬판다(SKULLPANDA) 피규어 랜덤박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불량품 환불을 요구하자 고객센터에서 되려 가짜 제품으로 의심하는 사건이 있었고, 중국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이 영향으로 팝마트의 테마파크 설립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중의 주된 반응은 ‘랜덤박스 품질 관리부터 잘하라’였다

지난 2년간 팝마트는 대중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팝마트의 주력 상품인 피규어 랜덤박스를 더 나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제공하기 위해 기업의 총 이자율이 하락하는 것까지 불사했다.

자체 IP, 독점 IP, 비독점 IP를 포함한 자체 상품이 팝마트의 주요 상품이다. 2022년 회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체 상품의 수입이 팝마트 전체 수입의 90.8%를 차지했다. 현재로썬 랜덤박스가 팝마트의 수입원인 것이다.

“랜덤박스나 잘 만들어라” 반발에도 테마파크 사업 뛰어드는 이유

팝마트는 ‘랜덤박스 그 이상’을 원한다. 창업자 왕닝은 다수의 인터뷰에서 팝마트가 ‘피규어를 매개체로 하는 IP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팝마트는 피규어 등 굿즈뿐만 아니라 테마 전시, 아트 페어, 라이선스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IP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랜덤박스’의 인기가 과열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고, 관련 사업은 주요 감독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런 배경에서 팝마트가 랜덤박스에만 의존하기는 위험이 있다.

또한, 중국에서도 합리적인 소비가 주목받으면서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상품인 피규어의 인기 역시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2020년 12월 상장 이후 피규어계 선두를 달리던 팝마트의 시가총액은 최고치와 비교하면 1000억 홍콩달러(약 16조 3090억 원)나 감소했다. 팝마트가 테마파크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테마파크, 팝마트의 돌파구 될까

파리 디즈니랜드. 사진 셔터스톡

파리 디즈니랜드. 사진 셔터스톡

테마파크의 핵심은 테마, 즉 내용이다. 테마파크는 IP 스토리를 기반으로 가상 세계를 구축하여 방문객이 몰입하고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디즈니랜드가 전 세계적인 사랑받는 데에는 100여 년의 서사를 지닌 미키마우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개설 예정인 팝랜드는 무려 3만㎡ 부지에 약 500㎡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보유하며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대략 팝마트 매장 60개에 달하는 크기로 알려져 운영 난이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그런데 현재 팝마트 IP에는 커다란 공간을 채울 만한 ‘스토리’가 부족하다. 다시 말하자면 매력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캐릭터를 다수 보유 중이지만, 방문객들이 몰입할 수 있을 만한 캐릭터의 서사가 쌓여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팝랜드가 비주얼적인 측면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은 SNS용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한 번 들르는 장소에 그치고 말 것이다.

린환제(林煥傑) 중국테마파크연구원장은 “팝마트에는 아직 테마파크를 지탱할 만한 상품이 없으며 아무리 많은 IP를 보유했더라도 결국 이미지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현재 중국에서 디즈니와 가장 유사한 테마파크는 ‘화치앙팡터(華強方特)’로, ‘여와보천(女媧補天·오색의 돌로 무너진 하늘을 메운 여와 이야기)’ 등 중국 전통 IP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테마파크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IP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테마파크가 오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IP 스토리를 둘러싼 지속적인 창의력과 상상력이야말로 테마파크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지속적인 업데이트 및 확장에 투자하고 더 많은 현대 과학 기술을 결합하여 IP의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파악한 예는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다. 1000억 위안이 넘는 과감한 투자를 하여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 역시 방문객에게 매번 신선함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팝마트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수의 증권사에서 팝마트의 올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린환제 원장은 팝마트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시장 인지도 그리고 뛰어난 운영 능력을 큰 강점으로 꼽기도 했다.

팝마트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 ‘몽상가원(夢想傢園)’ 트레일러 영상의 한 장면. 사진 36kr

팝마트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 ‘몽상가원(夢想傢園)’ 트레일러 영상의 한 장면. 사진 36kr

팝마트는 자사 IP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첫 번째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인 ‘몽상가원(夢想傢園)’의 홍보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몽상가원’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팝마트의 인기 IP가 대거 등장하여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피규어 전문 기업을 넘어 IP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팝마트. 그 첫 번째 도전인 테마파크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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