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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는 논다?’ 중국 실업률 생각보다 심각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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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점을 돌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중국의 16~24세 인구 도시 실업률은 21%에 달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베이징대 교수가 실질적인 실업률은 45%가 넘는다는 글을 게재하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최악의 취업난에 몰린 젊은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이라며 ‘탕핑(躺平·드러눕기)’ 졸업사진을 찍어올리는 등 답답한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탕핑(드러눕기)’ 졸업사진을 찍어올리는 중국 청년들. 사진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탕핑(드러눕기)’ 졸업사진을 찍어올리는 중국 청년들. 사진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6월 17일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경제학 부교수 장단단(張丹丹)은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재 중국의 청년 실업률 통계는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며, 실질적인 실업률은 46.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장단단(張丹丹)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경제학 부교수. 사진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장단단(張丹丹)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경제학 부교수. 사진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장 교수는 “중국 당국의 통계 수치는 두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첫째, 잠시 노동시장을 떠났거나 대학원 진학,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도시의 대학생 집단이 ‘탕핑(일종의 자포자기)’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둘째, 사회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거나 대우가 낮은 저품질의 일자리에 종사하는 청년의 경우 ‘타협’을 택한 것으로, 진정한 취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실업이 아니지만, 노동자가 생산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여 수입이 낮고, 완전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례를 일컬어 ‘잠재적 실업자’라고 칭한다. 이들은 통계에서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실업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점에 이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해보면, 역대 최악의 실업률은 크게 세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커지스탄(科技時壇) 캡처

사진 커지스탄(科技時壇) 캡처

우선 코로나 19를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팬더믹 기간 누적된 실업 문제가 집중적으로 폭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지난 2020년 이래 3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 시국에서 기인했다. 코로나 팬더믹은 중국의 소비, 기업의 영업 환경, 나아가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중국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렸고, GDP 성장률은 코로나 이전 대비 2.4%p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의 대학 및 대학원 졸업생 규모는 역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고등교육이 확대됨에 따라, 현지 노동시장에서 대학 및 대학원 졸업생은 더는 희소가치를 지니지 않게 되었다. 2023년 중국의 대학 및 대학원 졸업생 수는 1158만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수급 불균형이 뚜렷한 상황 속, 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실업률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다음으로, 중국의 정책 구조가 고학력자의 취업 문을 좁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이래, 빅테크 기업을 필두로 금융, 교육, 인터넷 등 소위 핫한 업계를 규제하는 중국 당국의 정책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벌금, 영업 중지 등 규제 조치는 각 기업에 충격을 안겼고, 심지어는 문을 닫는 사례도 있었다. 중국 당국의 규제가 해당 업계에 새로 진입을 앞둔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연봉 및 대우가 좋은 업계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갈수록 많은 청년이 라이브 커머스, 배달 라이더 등으로 빠지거나 대학원, 공무원 시험 준비 등을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의 교육 구조와 노동 시장의 괴리도 청년 실업률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시난차이징(西南財經) 대학의 2021년 가계금융조사 통계에 따르면, 졸업 후 일을 하지 않는 17~24세 청년 가운데 절반 이상(56%)은 학부 이상 졸업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졸업 후 일하지 않고 ‘탕핑’을 택하는 고학력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현지 매체들은 많은 대학에서 시장의 수요와 트렌드에 근거해 소위 인기 전공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에 비해, 시장에서는 이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고품질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고등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한편, 산업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품질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중국 당국은 역대 최악의 실업률에 관해 “시기적인 특징이며,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 푸링후이(付凌暉)는 “매년 졸업 시즌에는 청년 실업률이 오른다”며, “7월에도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실업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푸 대변인은 이어 “졸업 시즌이 지나고 나면, 다시 안정을 찾으며 8월 이후에는 실업률이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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