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금' 베어벡,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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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대해도 좋다." 핌 베어벡(사진) 축구대표팀 감독이 모처럼 호언장담을 했다.

23일 밤(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UAE 아시안게임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뒤다. 베어벡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아주 만족한다"고까지 했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베어벡 감독의 말처럼 이날 경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경기였다. 객관적인 상황은 한국팀에 불리했다. 다섯 시간의 시차가 있었고 김두현(성남 일화).백지훈(수원 삼성) 등 일부 주전급 선수가 빠져 15명의 선수로 나선 경기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홈 경기를 펼치듯 시종 여유 있게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득점 장면도 고무적이었다.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최성국(울산 현대)의 스루패스를 오장은(대구 FC)이 달려들며 골로 연결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창조적인 세트플레이를 보여줬다. 미드필더 오장은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화력도 증강됐다.

후반 21분의 추가골은 염기훈(전북 현대)이라는 새로운 아시아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왼쪽 날개로 출전한 염기훈은 과감한 드리블 후 주특기인 왼발로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을 엮어냈다. 몇 차례의 대표팀 경기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등 큰 경기들을 치르면서 부쩍 성장한 염기훈이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담해진 공격력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박주영(FC 서울)은 이 경기에서 정조국(서울) 뒤에서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이후 대표팀 경기에서 주로 왼쪽 날개로 출전했던 박주영은 오랜만에 청소년대표 시절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여러 차례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상대 문전을 허물었고 자신이 직접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

UAE전 승리라는 '보약'을 먹은 대표팀은 26일 결전지인 도하에 입성한 뒤 28일 오후 11시15분 알가라파 경기장에서 방글라데시와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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