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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서이초 교사 반년 전 쓴 손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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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20대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 학부모들에게 쓴 손 편지가 21일 공개됐다. 사진 서울교사노조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20대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 학부모들에게 쓴 손 편지가 21일 공개됐다. 사진 서울교사노조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20대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 학부모들에게 쓴 손편지가 공개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2022학년도 학부모가 기억하는 고인의 손편지를 제보 받아 추모의 뜻으로 공개한다”며 올해 2월 교사 A씨가 쓴 편지를 공유했다.

작년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사였던 A씨는 학기가 끝나면서 이 편지를 작성해 학부모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A씨는 자신을 “한 해 동안 우리 예쁜 아이들 담임을 맡은 교사”라고 소개한 뒤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교실에 처음 들어서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이들과의 마지막 날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22년은 저에게 참 선물 같은 해였다”며 “순수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스물일곱 명의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앞으로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천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저도 더 열정을 갖고 가르칠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A씨는 학부모들에게는 “참으로 귀한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아이의 학교생활을 늘 지지해 주셨음에 담임교사로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학부모님들께서 든든히 계셔 주신 덕분에 우리 1학년 O반 공동체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아울러 “원 없이 웃으며 즐거웠던 순간, 속상하고 아쉬웠던 순간들 모두가 아이들의 삶에 거름이 되어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 믿는다”며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오래오래 응원하겠다. 1학년 O반의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늘 건강하시고, 다가올 봄날과 함께 모든 가정에 행복과 평안이 가득 넘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이초 1학년 담임 교사였던 A씨는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사망 원인이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서울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도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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