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심근 경색증-40대 이하 젊은 층서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40대 이하의 청·장년 층에서 심근 경색증이 크게 늘고있다.
이들 젊은 층의 심근 경색증은 어렸을 때의 비만과 흡연이 주원인이고 특히 남자에게서 빈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열린 대한 순환기학회에서 서울 중앙병원 심장센터 이종구박사 팀도 45세 이하의 심근 경색 환자 12명을 노년층 환자 33명과 비교한 결과 젊은 층의 흡연 율이 92%로 노년층의 42%에 비해 뚜렷이 높다고 보고했다.
이 박사는 "임상 경험으로 볼 때 심근 경색증 환자는 최근 10년 동안 10배 이상 늘고있으며 이중 40대 이하의 환자 비율도 꾸준히 증가, 현재는 내 원 환자의 약3분의 1이 젊은 층"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회에서 「젊은 연령의 급성 심근 경색증의 위험인자에 대한 관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경북대 의대 박의현교수 팀은 "최근 대구지역 심근 경색증 환자 4백77명 중 40세 이하는 36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는데 이중 남자가 3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젊은 층 심근 경색 환자들은 노년층과는 달리 고혈압·당뇨 등이 거의 없었으며 대신 흡연과 음주가 가장 큰 위험 인자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중앙병원의 이종구박사는 "임상적 특징 역시 젊은 층과 노년층은 달랐다"며 "노년층은 여러 개의 혈관이 막혀 있는데 반해 젊은 층은 단일 혈관이 폐쇄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심근경색이 장기적으로 진행됐다기보다는 짧은 기간에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이 박사 팀은 분석했다.
서울대 의대 서정돈 교수(내과)는 흡연이 심장에 악영향을 주는 경로는 니코틴이 교감신경계를 자극, 혈관 수축을 유도함에 따라 심근에 혈액 공급을 차단하거나, 일산화탄소 발생 량을 늘려 일종의 가스중독과 같은 효과를 내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그러나 흡연·음주 등은 어쩌면 표면적 발병원인일 뿐 젊은 층에서 심근 경색이 늘어나는 것은 영양과잉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도 영양상태가 좋아짐에 따라 비만 아동들이 늘고있고 10∼20대의 비만 자도 많아 이들이 바로 청·장년기에 심근 경색에 걸릴 확률이 많은 위험 군"이라고 단언한다.
즉 비만은 고혈압을 유도하고 이는 다시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장으로 향하는 피가 굳거나 제대로 흐르지 못함으로써 심장의 근육이 괴사해버린다는 것.
여기에 청소년기부터 흡연을 시작하는 층이 크게 늘어 "앞으로 젊은 층의 심근 경색 환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현재가 심근 경색 환자의 발병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알고 금연,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영양섭취 등을 전 국민적으로 권장·홍보할 때"라고 강조한다.
심근경색은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히는 질환으로 일단 발병하면 보통 40∼50%가 사망하는 치명적 질병이다. 그러나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식이요법·금연·금주 등을 병행하면 일상 생활에 큰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담배를 끊었을 때 폐암의 위험에서 벗어나는데는 10∼20년이 걸리는 반면 심장은 1∼2년만 지나도 뚜렷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서 교수는 특히 "부모들은 어렸을 때의 비만은 비만 세포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성인의 비만세포 자체의 증대에 의한 비만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 자녀들의 적정한 영양관리에 힘써야만 후일 심근 경색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