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반군 후세인 지휘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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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의 바그다드 공항에서 2일 미군의 CH-47 치누크 헬기가 저항세력의 미사일에 격추된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외국계 용병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라크에는 돈을 위해 뭐든 저지르는 범죄자가 있다. 외국 테러리스트들이 이란을 통해 들어와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미국과 유럽 등 6개국 정보기관들이 지난 여름부터 수백명의 이슬람전사(무자헤딘)들이 시리아와 이란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 잠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미 정보 당국 일각에서는 사담 후세인이 반미 저항세력을 집결해 미군과 협력세력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저항군 단일 지휘부 구성"=최근 미 정보 당국은 도피 중인 후세인 전 대통령이 정권의 2인자였던 이자트 이브라힘 알두리 전 혁명평의회 부의장과 접촉하며 저항군을 실질적으로 통솔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따라 '후세인 사령관' 아래 바트당 잔존 세력.외국인 무자헤딘 연합.알카에다 세포조직 등으로 이뤄진 조직이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영국 옵서버지는 전했다.

아흐메드 찰라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도 2일 "자폭 공격, 미사일 공격과 정치 선전 등 종류에 관계 없이 반군들의 공격은 단일한 지휘부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3일 나자프에서는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던 무한 자브르 알슈와이리 시 법원 조사위원회 위원장이 괴한들에게 납치돼 살해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슈와이리 위원장과 함께 납치됐던 아레프 아지즈 나자프시 검찰총장은 "괴한들이 '후세인이 너의 처단을 명령했다'며 알슈와이리의 머리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외국인 무자헤딘 대거 잠입"=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여름부터 시리아.레바논.예멘 등 중동국가와 프랑스 등 유럽에서 수백여명의 무자헤딘이 이라크로 잠입한 것으로 서방 정보기관들은 보고 있다. 현재 2백~4백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무자헤딘이 이라크에서 암약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보기관들은 이들의 잠입 시기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지하드(성전)'를 촉구한 때와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 무자헤딘이 알카에다와 연계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폴 브레머 이라크 군정 최고행정관도 2일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수단 여권을 소지한 알카에다 대원들이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넘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 직접 잠입설인 셈이다.

쿠르드족과 외국인 6백~7백명으로 이뤄진 안사르 알이슬람은 알카에다와 직접 연결돼 지난 8월 바그다드 주재 유엔본부와 요르단대사관에 대한 폭탄테러를 자행한 조직으로 지목받고 있다.

서방의 대테러 전문가들은 "이라크에는 안사르 등 최소 15개 무장세력들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고 분석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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