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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방류 원칙 지키는지 확인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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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호 01면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준비 절차를 모두 마치고 시기 결정만 남겨 놓은 가운데 우리 정부는 7일 오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보고서 내용과 관계없이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모니터에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준비 절차를 모두 마치고 시기 결정만 남겨 놓은 가운데 우리 정부는 7일 오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보고서 내용과 관계없이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모니터에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결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종합 보고서 결과를 존중하되 일본 측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오염수 배출 관련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2021년 이후 지속된 자체 검토 작업의 결론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과학·기술적 검토 보고서를 공개했다. 방 실장은 브리핑에서 “일본의 방류 계획에서 방사성 물질의 총 농도는 (일본이 정한) 해양 배출 기준을 충족하고 삼중수소는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의 목표치를 달성했다”며 “IAEA 등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고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도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방 실장은 그러면서도 “이번 발표는 도쿄전력의 처리 계획이 계획대로 준수됐다는 전제하에서 검토된 것”이라며 “향후 일본이 확정할 최종 방류 계획의 적절성과 이행 가능성 등을 확인해야 최종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서도 “환경적 요인이 완전히 다 복원되는지는 상대(일본) 측이 증명해야 한다”며 안전성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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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한국의 기류와 관련해 일본 뉴스 네트워크(JNN)는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전문가 시찰단을 파견했지만 국내의 뿌리 깊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시 시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 추가 시찰단 파견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가 약속대로 지켜지는지는 인접국인 한국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실제 방류 이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이날 일본의 약속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자체에 대해서도 뚜렷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방 실장은 “이번엔 일본이 제시한 계획의 적절성을 검증한 것일 뿐”이라며 “최종 방류 계획을 파악한 뒤 오염수 처리 계획에 변동이 있으면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IAEA 보고서 발표 후 “IAEA의 결론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던 대통령실과 외교부도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같은 신중한 분위기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일본 입장에서 인접국이자 국내 반대가 강한 한국을 설득하는 건 다른 나라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라며 “특히 일본이 다음주 오염수와 관련한 외교 총력전을 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하나의 목소리로 정돈돼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일, 연쇄 외교로 한국 설득 총력전

실제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IAEA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과학적 근거에 따라 국내외에 정중히 설명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국 등 주변국에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직접 설득할 뜻을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방일 후 이날 곧바로 한국을 찾았다. 일본은 물론 IAEA 역시 한국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 후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와 별도의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어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의 회담도 조율 중이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고 대만도 내년 1월 총통 선거가 예정돼 있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해 극단적인 반대 입장을 보이는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대만의 여론이 오염수 반대로 쏠리게 될 경우 정치·외교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임을 일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라도 일본은 다음주 외교 일정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IAEA와 한국 정부의 보고서 발표는 적절한 시기가 됐기 때문에 나왔을 뿐, 보고서 발표와 고위급 회담은 연계돼 있지 않고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한국이 먼저 오염수 논의를 주도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정부 핵심 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주변국에 오염수 문제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주체는 명백히 일본”이라며 “한국은 한·일, 한·미·일 협력과 지역 협력 강화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오염수 문제는 여러 의제 중 하나’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게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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