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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경상수지 19억 달러 흑자…한은 “저점 벗어났다, 회복국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9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9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한국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경상수지 흐름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간 적자를 견인해온 상품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서비스수지 적자 폭도 올해 들어 계속 줄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의 상품수지 개선 흐름은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 달러 흑자다. 지난 4월 7억9000만 달러 적자에서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는 무역ㆍ서비스ㆍ소득 부문을 통틀어 얼마나 벌었거나(흑자) 잃었는지(적자)를 나타내는 지표로, 한 나라의 ‘실수입’을 보여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5월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건 국내 거주자와 해외 거주자의 상품 거래를 나타내는 상품수지다. 18억2000만 달러 흑자로 4월(5억8000만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52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7%(90억6000만 달러) 감소했는데, 수입도 13.5%(79억3000만 달러) 줄어든 509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 영향이다. 다만 통관기준 수출은 승용차 실적 호조(52.9%)에도 반도체(-35.6%), 석유제품(-33%) 등이 여전히 부진해 전년 동월 대비로는 9개월 연속 줄고 있다.

‘만년 적자’인 서비스수지는 5월에도 9억1000만 달러 적자지만 4월(-12억1000만 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여행수지(-8억2000만 달러)는 5월 황금연휴 등에 따른 해외 여행 증가로 전월(-5억 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국경을 오간 투자소득 등을 집계하는 본원소득수지는 14억2000만 달러 흑자였다. 올해 1~5월 본원소득수지는 147억6000만 달러 흑자로 한은의 상반기 전망치(174억 달러 흑자)에 근접했다. 해외 자회사가 거둬들인 이익을 국내 본사에 배당할 때 현지에서 세금을 내면 국내에서 또 과세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인세를 개편한 덕분에 한국 기업의 '자본 유턴'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동원 금융통계부장이 5월 국제수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동원 금융통계부장이 5월 국제수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한국 경상수지가 이제 저점을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며 “6월에도 경상수지 개선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흑자 규모는 5월을 분명히 웃돌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한데다 흑자 규모는 11억3000만 달러로 5월(-21억2000만 달러)에 비해 32억5000만 달러나 늘었다는 게 경상수지에도 긍정적 요인이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6.0% 감소한 542억4000만 달러로 감소율이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다만,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가 34억4000만 달러 적자인 만큼 상반기 경상 적자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한은은 경상수지가 연간으론 240억 달러 흑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금액이 지난 1월에 -43.4%로 바닥을 찍은 후 6월에는 -28%까지 올라왔고, 수출 물량도 지난 1월 -19.8%에서 5월 8.1%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부장은 “상품수지 개선세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이라며 “하반기 전체 흑자기조는 당연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욕심을 부리면 분기 기준으로 3ㆍ4분기 모두 흑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금융계정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135억 달러 급증했다. 198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반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15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달러당 원화값 하락에 따른 차익거래 유인)와 공급 요인(국채, 통안채 발행량 증가)이 함께 늘면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무역수지·수출·내수 등에서 최근 한국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경제지표는 잇따라 나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하반기에는 정보기술(IT) 부문 경기 회복 등으로 성장세가 상반기보다 2배 수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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