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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로 번 돈’ 2년3개월 만에 줄어…BTS 언급 한한령도 우려

중앙일보

입력

K팝과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 등 한류 콘텐트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2년3개월 만에 감소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함께 중국과의 관계 경색으로 한류가 잠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K콘텐트의 영향력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입’은 1억22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3070만 달러) 감소했다.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입은 한국이 영화·TV 프로그램·음악을 제작하거나 판매해 번 돈을 집계한 이른바 ‘한류 수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202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반대로 한국이 외국 콘텐트를 사들이며 지불한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지급’은 지난 4월 8920만 달러로 전년 동월(2600만 달러) 대비 243.1% 증가했다. 지급액은 늘고 수입은 줄면서 전체 수지의 흑자 폭은 축소했다. 지난해 4분기 ‘한류 수지’는 4억9210만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 흑자 폭은 2억4410만 달러로 감소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최근의 ‘한류 수입’ 감소는 지난해까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K콘텐트가 워낙 많았던 데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한 ‘기저효과’일 수 있다. 2019년 영화 ‘기생충’ 이후 드라마에선 2021년 ‘오징어 게임’과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한류를 이끌며 역대급 실적을 내 왔기 때문이다. K팝의 화력도 꾸준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작년까지 K콘텐트의 폭발적인 영향력이 있었고, 음반 판매도 코로나19 기간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재로 높은 매출을 올려왔기 때문에 올해는 기저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의 경기 위축이 문화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우려도 있다. 이 교수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여러 콘텐트 제작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업계에서는 위기라는 인식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국내 영화 산업이 잠시 주춤한 영향일 수 있다”며 “K팝 산업은 BTS·블랙핑크·뉴진스 등의 활동이 활발했지만, 영화는 1~2분기 외국 작품이 흥행한 경우가 많았다”고 짚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앞으로의 한류 수지에는 중국과의 관계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은 한류 수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6년 5억2000만 달러였던 한류 수지는 2017년 2억7700만 달러로 급감했고, 2018년 2억9100만 달러, 2019년 2억8200만 달러, 2020년 2억200만 달러로 내리 감소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중 관계의 경색 우려가 다시 커지는 중이다. 지난 11일 BTS 멤버 슈가는 한 라이브 방송에서 ‘중국 투어도 해달라’는 팬의 요청에 “지금 한국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 없을 텐데”라며 “중국에 안 간 지 오래돼서 정말 가고 싶은데 한국 가수가 가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류 실적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K콘텐트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징어 게임’ 등 히트작의 시즌 2가 제작 중인 데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에 뛰어들고 있고, K팝 가수의 해외 진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현 KDI 실장은 “한류 열기가 식었다고는 보기 어렵다”이라며 “지금까지 차별화된 콘텐트를 만들어 온 한국 문화 산업이 향후에도 꾸준히 참신한 콘텐트를 발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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