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블링컨 만났던 中관리들, 대만 선거 속내 떠봤다…"민진당, 친구로 여기나"

중앙일보

입력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방중 때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가 주요 의제에 올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이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WSJ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의 방중 기간에 중국 측은 대만 선거에 관한 미국 정부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 애썼다. 블링컨을 대면한 중국 고위 관리들은 미국이 대만 선거 결과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지, 대만 집권당인 민주 진보당(민진당)을 친구로 여기는지 등을 질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의 방중 당시 내년초 있을 대만 총통선거가 주요 의제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의 방중 당시 내년초 있을 대만 총통선거가 주요 의제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중국 측은 블링컨 장관에게 대만 독립파인 라이칭더 부총통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WSJ가 전했다. 대만 독립을 고수하는 '반중' 라이칭더의 정치적 태도가 양안(대만과 중국) 갈등을 부추기고 미·중 관계마저 악화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측 입장이다.

중국 관리들은 2003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에게 "대만 독립 정서를 부추기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전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미국이 부시 대통령 때처럼 협력해주기를 희망한다는 요청을 전달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대만 선거에서 공정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며 선거 절차에 대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라이칭더 현 부총통(사진)을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총통 선거 후보로 추대했다. AP=연합뉴스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라이칭더 현 부총통(사진)을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총통 선거 후보로 추대했다. AP=연합뉴스

비록 미국이 '선거 불개입' 원칙은 재확인했지만 내년 초 대만 선거를 놓고 양국은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대만 측은 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가짜 뉴스 양산 등을 통해 대만 선거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지난 25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안보 당국은 중국이 AI 기술, 딥 페이크(합성조작)기술 등을 활용해 대만 총통선거와 입법원(국회)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중국 당국이 생성형 AI를 통해 허위 정보를 대량으로 자동 생산하고, 사진·영상 등을 조작해 특정 후보가 극단적인 연설·행동을 한 것처럼 보이는 가짜 뉴스·콘텐트를 생산·배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라이 부총통을 도울 수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대만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방문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WSJ이 전했다. 라이 부총통이 대만의 몇 안 남은 우방국인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8월 15일)에 참석하는 길에 미국에 들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라이 부총통은 당초 지지율 1위였지만 최근 제2야당인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깜짝 1위를 차지하는 등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만 TVBS 방송이 지난 14~16일 20세 이상 성인 1080명을 대상으로 한 유·무선전화 조사에서 커원저 후보가 지지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 라이칭더(30%)와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23%)는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