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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코앞 쿠바에 군사기지 추진”…블링컨 "방중때 우려 밝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최인접국인 쿠바에 합동 군사훈련시설을 만들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중국의 군사시설이 미국 코앞에 자리 잡게 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측에 해당 사안과 관련해 깊은 우려와 경고를 표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서 160㎞…中군대 쿠바 영구 주둔할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이 쿠바 북부 해안에 합동 군사훈련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쿠바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서 불과 100마일(약 160㎞) 떨어진 쿠바에 중국군과 보안 및 정보 작전 기지가 배치될 수 있다는 경보가 미 정가에 울리고 있다”며 “미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해당 시설을 통해 쿠바에 중국군을 영구 주둔시키고 미국을 겨냥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중국이 쿠바에서 4개의 도청기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난 10일 백악관이 밝힌 가운데, 중국이 쿠바에 군사 시설까지 지으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중국을 방문한 미겔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5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미겔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5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도 관련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 18~19일 중국을 방문한 뒤 영국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기자들을 만나 “쿠바에서 중국이 벌이는 정보 또는 군사 활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음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며 “해당 사항은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사안이다. 우리 영토와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중국이 서반구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범위, 정보 수집 역량을 확대하려고 해왔다는 게 비밀이나 놀랄만한 일은 아니며, 여기엔 쿠바도 포함된다”며 “우리가 모르거나 감시하지 않은 게 아니다. 계속해서 우리의 기밀과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 측은 쿠바 당국자들과 접촉해 합동군사시설 설립과 관련한 협상 중단을 유도 중이다. 중국군이 쿠바에 상주하게 될 경우 쿠바의 주권이 침해될 것이란 논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中, 141 프로젝트 통해 전 세계 군사 거점 설치”

지난 12일 쿠바 베후칼 인근의 한 쿠바 군사 기지에 출입금지 철조망이 처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 쿠바 베후칼 인근의 한 쿠바 군사 기지에 출입금지 철조망이 처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이 쿠바에 지으려는 군사시설이 전 세계에 자국의 군사 거점을 설치하고자 하는 중국의 ‘141 프로젝트’ 일부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 영향력을 확대하고, 전 세계에 군수 보급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해군기지, 아랍에미리트(UAE) 항구 군사시설, 아프리카 지부티의 정보시설 등은 모두 141 프로젝트 차원에서 중국이 지은 것이다.

중국과 쿠바의 군사 공조가 미국의 대만 지원에 대한 맞대응이란 해석도 나온다. WSJ는 “일부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쿠바에서의 행동을 미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지리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며 “대만과 중국 본토와의 거리도 미국과 쿠바의 거리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미국이 대만군 훈련을 위해 교관 100여명 등 비공식 미군 병력을 대만에 배치하는 등 군사 지원 행동을 벌이는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란 얘기다. 대만해협 중간선을 기준으로 중국 본토와 대만은 약 160㎞ 떨어져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은 그동안 자신들이 미국과 근접한 중남미 대륙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은 중국과 가까운 태평양 지역에서 수십 개의 군사 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35만명 이상의 병력을 주둔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한편 주미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WSJ의 보도와 관련해 중국과 쿠바 사이 어떠한 거래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中 쿠바 도청시설에 화웨이 직원 출입”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건물에 화웨이 로고 광고판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건물에 화웨이 로고 광고판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WSJ는 “미국 당국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의 쿠바 내 도청시설에 화웨이와 중싱(中興·ZTE)과 같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직원들이 출입했다는 첩보를 확보했다”며 “해당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의 미국 관련 스파이 활동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공화당)도 이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화웨이가 2000년대 들어 쿠바 정부의 통신·인프라 시설 현대화를 지원했고, 화웨이·ZTE·쥐룽(巨龍)정보통신 등 중국업체가 쿠바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쿠바에 진출한 이들 업체가 중국 정보기관 당국자들이 쿠바를 드나들 수 있도록 위장 신분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 측이 자국 통신장비업체를 도청에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중국 통신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을 제재하는 한편 주변국들에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도록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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