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은 모두 공유해야 할 인류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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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나의 피와 땀, 눈물이 배어있는 소장품들이지만 인류의 중요한 역사이자 문화이므로 많은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 기부했습니다."

재일동포 2세 사업가이자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인 하정웅(67.사진)씨가 25세 때부터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수집해 온 미술품들을 사회에 내놓았다.

하씨는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메세나운동(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세 차례(1993년,99년, 2003년)에 걸쳐 광주시립미술관에 국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 2000여점을 기증했다.

그 중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헨리 무어, 벤 샨 등 세계적 거장의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미술관측은 그의 기증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씨는 내년 가을 광주시립미술관에 재일동포 화가 손아유씨 등 국내외 현대 작가들의 작품 180여점을 네번째로 기증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미술품 수집은 물론 기증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전남 영암 출신인 하씨는 일본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전자제품 대리점을 경영해 큰 돈을 벌었으며, 현재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에서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하씨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가난 때문에 화가의 길을 접었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미술품 수집으로 화가에의 꿈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매입해 주는가 하면, 광주비엔날레 때마다 일본인 예술인들을 데려오는 등 한국 미술계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20여년 전 광주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을 지워 주기도 했다.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갔다 목숨을 잃었지만 후손이 나타나지 않는 무연고 혼령들을 위로하는 사업 도 벌이고 있다.

하씨는 24일 오후 6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자서전인 '염원의 미술' 출판기념회를 한다. 한일문화교류센터 한국본부의 '2006 한일문화교류의 밤' 오프닝 이벤트로 치러진다.

"재일동포로 일본에 살면서 느낀 불우와 차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을 미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책에 담았습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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