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63.5% 역대 최고인데…알고 보면 허탈한 '일자리 풍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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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도 35만명가량 늘면서 2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취업자와 고용률 증가를 견인한 건 보건‧복지업과 숙박‧음식업이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한 상태에서 고용은 늘어나는 ‘성장 없는 고용’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상담 창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상담 창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고용률 63.5% 역대 최고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률은 63.5%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83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1000명(1.2%) 늘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4월(35만4000명)보다 소폭 둔화했지만, 2021년 3월부터 27개월째 늘고 있다.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보건‧복지업은 1년 새 취업자 수가 16만6000명(6%) 증가해 291만6000명을 기록했다.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230만2000명)가 1년 전보다 12만8000명(5.9%) 늘면서 그 뒤를 이었다. 기획재정부는 “돌봄 수요 증가와 대면 활동 확대로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보건‧복지업엔 요양보호사나 아이돌보미와 같은 직업군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성별 취업자 수 증가 폭도 극명히 갈렸다. 지난달 남성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여성은 이 기간 34만8000명(2.8%)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 취업자가 22만4000명 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 폭(35만1000명)의 63.8%를 차지했다.

제조업 5개월, 건설업 6개월째 감소

반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해 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엔 1년 전보다 3만9000명 줄었다. 올해 1월(-3만5000명)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하다 보니 생산과 고용을 줄여간 영향이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만6000명 줄었다. 4월(-3만1000명)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6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다.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면서 건설업 고용에도 한파가 닥쳤다.

지표상 고용 호조는 이어지는데 청년 고용은 유독 부진하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9만9000명 감소하면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뭣보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20대에서 3만6000명(11.1%) 늘었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다면 ‘쉬었음’으로 분류된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취업에서 탈락하면 다시 취업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잠시 쉬었다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장 없는 고용’ 이어진다

최근 고물가에 수출부진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는 주춤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풍년’인 이례적인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우선 고용 지표는 경기 흐름에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경기 ‘후행지표’다. 경기 둔화가 일자리 시장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해제 이후 대면활동이 증가하면서 일자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뜯어보면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취업자 수 증가세를 이끈 업종은 주로 저숙련 서비스직에 편중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숫자상 지표로는 좋아 보이지만 노동시간이 줄어 쪼개기로 취업자 수가 증가했고, 비숙련 서비스직에 집중됐다”며 “반도체 등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는 등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것 역시 그렇다. 청년층은 첫 직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선호하는 특성이 강해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반도체 등의 노동수요가 줄어들자 구직 대신 휴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것”이라며 “원하는 회사나 임금 수준, 직무가 아니면 취업을 기피하는 게 최근 청년층의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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